이지현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의약관리팀장

▲ 이지현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의약관리팀장

우리는 ‘잠’을 통해 낮 동안의 피로를 회복하고 생체기능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한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는 ‘수면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하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며, 우울증과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면부족은 뇌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기억력과 집중력을 감소시키고 학업이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또한, 수면이 부족할 경우 배고픔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그렌린’이 증가하고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해, 비만 위험률도 증가하게 된다. 이렇듯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잘 자야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어렵다. 아이들은 게임이나 SNS, 스마트폰을 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고, 직장인은 업무 스트레스, 잦은 회식, 활발한 사회적 활동으로 인해 늘 잠이 부족하다. 갱년기가 되면 호르몬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면서 한밤중에 열감을 느껴서 자주 깨게 되고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워진다.
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을까? 먼저, 수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자기 전 스마트폰이나 TV 시청 등을 줄이는 것이 좋으며, 침실 온도를 18~20도로 적절하게 유지하고, 어둡고 조용한 공간을 만드는 등 편안한 수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저녁 시간대에는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차(캐모마일, 루이보스)를 마시고, 격렬한 운동보다는 요가, 걷기와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완화뿐 아니라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호르몬 대체 요법(HRT)으로 멜라토닌 보충제, 마그네슘, 비타민 D 등의 섭취도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밤이 되면 분비가 증가해 졸음을 유도하고 낮이 되면 감소해 몸이 깨어나도록 돕는 수면-각성 주기 호르몬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밤에 빛이나 블루라이트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에도 멜라토닌 생성이 줄기 때문에 자기 전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체리, 바나나, 견과류, 우유, 토마토 등 멜라토닌 생성을 돕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낮 동안 햇볕을 충분히 쬐면, 비타민 D 합성은 물론 멜라토닌 생성에 도움이 되지만, 자외선은 피부 건강에 해로운 영향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의 피로를 회복하고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기 위해, 오늘 밤은 스스로에게 충분한 휴식을 선물해보자. 작은 수면 습관의 변화가 삶 전체의 균형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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