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게 기회가 많은 세상이기를”
‘좋은 일자리서 좋은 서비스 나온다’... 처우개선으로 양질 서비스 제공 유도
350명 조합원 중 283명 출자... ‘자부심’과 ‘주인의식’으로 4층 사옥 마련

▲송유정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보조금 받아 정산하는 방식의 사회복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복지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일자리에서 즐겁고 당당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며 자신이 제공 받은 처우에 맞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게 복지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우리 스스로 행복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

태생이 ‘사회복지사’라고 했다.

1977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시골 순둥이 ‘송유정’은 어려서부터 하루 왼 종일 호미·괭이질을 해도 전혀 행복하거나 부유하게 살지 못하는 농부 어른들이 안쓰러웠다.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생님의 사모님이 사회복지사로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사람은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크게 감명 받았다.

그 본을 받아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반장에 회장을 맡아 하면서, 친구들을 ‘선동’해 모금을 하고 위문품을 사 고아원과 양로원을 방문했다.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당시 한수 이남 최초로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된 청주대에 입학했다.

1학년 때 친구들과 우연히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라는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 연극이 하고 싶어졌다.

서툰 솜씨로 직접 대본을 썼다.

하지만 그가 쓴 대본의 제목은 ‘미팅’이니 ‘친구’, ‘학점’이 아닌, ‘자활은 아무나 하나’였다.

장애인, 고령층, 불우이웃 등 통념상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이들은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줘도 본인의 의지 없이는 자활이 어렵다는 내용의 연극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지역자활센터에 취업해 ‘사회 복지’의 개념을 터득하며 7년간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31세에 창업했다.

방문 요양의 효시가 된 ‘가사간병 방문도우미’가 저소득층 일자리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였다. 서비스 제공자와 수급자, 개인 사업자 등 단 세 명으로 출발한 자활기업에서 2008년 ‘우리 사주형 주식회사’를 거쳐 현재의 '휴먼케어’에 이르렀다.

 

송유정 사회복지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그는 이제야 ‘겨우’ 마흔아홉이 됐다. 전공으로 시작한 사회복지 외길 30년, 소위 ‘사장’으로만 18년째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나이다.

그러나 자생적 사회복지에 대한 노하우나 ‘좋은 일자리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 선진적 협동조합에 대한 갈망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인하다.

현재 휴먼케어(청원구 율봉로176번길 56-10. ☎043-212-9194, 277-9194)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사회서비스 제공형 협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만도 350여명, 그중 경제적 참여를 하는 출자자가 280여명에 달한다.

한 달에 1만원, 연 12만원을 내고 상여금 조로 단돈 1000원만 받아가라는 데 기꺼이 동의하고도, 내가 출자한 회사가 잘되기만을 바라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만을, 그래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라는 사람들.

그들이 가진 건 회사가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뿐이다. 그 결과 얼마 전 조합원의 출자로 그토록 원하던 4층 규모의 사옥을 매입하고, 또다른 돌봄과 자활이 필요한 장애인 단체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선동’한 게 송 이사장이고 기꺼이 ‘동참’한 게 조합원들이다.

 

이제는 다른 대표자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천주교 신자로서 성지순례를 하고 싶다는 송 이사장.

같은 자원봉사 활동가인 남편 민창영(53)씨와 1녀 1남 네 식구가 ‘각자도생’, 자립과 공생을 함께한 것도 같은 발로라고 했다.

“이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가 많이 생기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송 이사장.

‘지천명’도 안된 젊음의 지혜 앞에 세상을 하나로 잇는 통로는 막힘이 없을 거라는 희망으로 그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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