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관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 정우관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공직자의 청렴을 가장 위협하는 말, “그 정도쯤이야” 이 한마디는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청렴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균열이 된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지만, 그 반복은 곧 기준을 흐리고 조직을 뒤흔든다. 모든 부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괜찮겠지, 다들 하니까, 이번만. 그렇게 쌓인 작은 타협들이 결국은 청렴을 허문다.
공직사회는 원칙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때로 회색지대에 놓인다. 업무의 효율성과 절차의 엄격함이 충돌하고, 상사의 지시와 시민의 기대가 엇갈리는 순간이 있다. 이때 “그 정도쯤이야”라는 유혹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하지만 청렴은 그 순간에 발휘된다. 가장 불편할 때, 가장 외롭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태도. 그것이 공직자의 진짜 무게다.
청렴은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반복되는 실천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작은 일에도 정직을 지켜야 한다. 그 연속성이 곧 신뢰를 만든다. 시민은 공직자의 크고 거창한 언행보다, 일관된 자세와 평범한 성실함을 더 눈여겨본다. 말보다 행동, 선언보다 태도. 청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모든 결과에 스며든다.
유혹은 늘 합리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급해서, 관례라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서. 하지만 유혹을 받아들인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예외를 허락하게 된다. 처음엔 어색했던 편법이, 점차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는 과정. 그 끝은 청렴의 상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가 세운 기준을 지키기 위하고 책임은 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다.
공직자에게 책임이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도 있다.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 그 판단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그 기준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문화를 남길 것인가. 이 모든 것을 고려하는 태도가 책임이며, 그 중심에 청렴이 있다.
작은 타협을 정당화하지 않기 위해선 조직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원칙을 지킨 사람을 외면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한 이에게 불편함을 주는 조직에서는 청렴이 자랄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결단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있어야만 청렴이 체계가 되고 일상이 된다.
공직사회는 유혹을 제거할 수 없다. 하지만 유혹을 넘길 수 있는 기준은 세울 수 있다. 그것은 교육에서 오지 않는다. 바로 스스로의 양심과 실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기준이 반복될 때, 조직은 단단해지고 시민은 믿음을 갖는다. 청렴은 곧 신뢰이며, 신뢰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우리는 선택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흔들림을 다시 원칙으로 바로잡는 일, 그것이 청렴이다. "그 정도쯤이야"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 잠시 멈추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자. “그 정도쯤은 정말 괜찮은가.” 이 질문이 계속되는 조직, 그곳에 진짜 책임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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