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노래했더니 ‘새집’ 생겼다!
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 아쉽지만 ‘대상’ 미래 다질 귀한 경험
‘말없이 야무져’ 수많은 선배가 인정한 젊은 대표, “잘해 낼게요”
40년 지하연습실 해방... 지상 3층 130평 온전한 ‘궁’에서 왕좌 꿈꾼다
연습실, 녹음실, 의상실 등에 전용극장 계획... 운천동 주민 ‘문화 아지트’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래집을 지으며 흥얼거리는 작자미상 전래동요가 있다. 아이들은 손등 위에 쌓이는 모래를 다른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꿈을 키우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를 보며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곤 한다.
동명의 연극 ‘두껍아 두껍아’는 어느 이름 모를 노인의 고독사 사연이 있는 집인 줄도 모르고서울 달동네 단칸방에 세 들어간 이 시대 청년의 절망을 그려냈다. 스스로 작품 속 청년이 돼 매일 한탄하고 울고 웃으며 두꺼비만 외쳐대던 극단 청년극장 단원들. 그들은 지난 27일 끝난 4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단체 은상(한국연극협회 이사장상)을 받았다.
대통령상을 두 번(2000년, 2007년)이나 받았기에 아쉬울 수도 있건만 단원들은 개의치 않고 다음을 약속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만큼 ‘똘똘 뭉쳐 할 만큼 했다’는 표정이다.
‘후회 없는 동행’, 그 중심에 극단 나이보다 한 살 어린 문의영(40) 대표가 있다.
은상이 확정된 순간 “우린 이미 마음으론 대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며 “올 초 연습 시작, 3월 충북연극제 대상 수상으로 (충북)대표팀이 된 뒤로 지금까지, 하루도 쉼 없이 달려온 7개월의 열정이 바로 대상감”이라는 얘기다.
순간 그간의 고생이 떠올랐는지 울컥하는 문 대표.
왜소한 체격에 금세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지만 그는 이내 함박 웃는다.
두꺼비 노랠 불렀더니 모래집이 아닌 진짜 새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극단 청년극장은 40여년 ‘눅눅하던’ 지하연습실을 벗어나 지상 3층 130여평의 운천동 새 건물로 이사했다.
넓디넓은 ‘새집’에는 리딩실, 연습실, 의상실, 휴게실 등 작품 한 편 연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규모가 큰 만큼 임대료도 부담이지만 선배들은 그를 믿고 모든 걸 다 맡겼다. 이제 그 공간에 전용극장을 만들어 단지 극단의 공간만이 아닌 ‘운천동 주민의 문화 아지트’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외모는 여리지만 외유내강형, MBTI로 따지면 ISTJ 유형이랄까. 그는 강단 있는 ‘딴따라’다.
지난해 12월 극단 정기총회에서 직전 대표인 이윤혁(64) 공주영상대 부총장과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단 10년’ 차 젊은 나이임에도 대표에 선출된 이유다.
그는 1985년 전남 여수에서 자영업을 하는 부모의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국립대를 간 건 순전히 가정형편을 고려한 결정이었으며 법학을 선택한 건 사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단순한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연극반 활동을 놓지 않았고 대학 총학생회 문예운동을 하며 졸업하자마자 언니가 있는 서울로 올라가 극단생활을 했다.
2013년 28살 때 초청공연팀 합류로 청주에 내려왔다가 청년극장과 인연을 맺었고, 여섯 살 연하의 단원 조재명(34)씨와 열애 3년 만에 당당하게 ‘부모님 허락’ 받고 결혼에 이르렀다.
그렇게 ‘맘먹은 대로 살아온 뚝심파’는 5년 전 대한민국연극제 은상을 수상한 ‘숙희책방’, 보재 이상설 일대기 ‘상설의 시대’, ‘삼겹살 맛있게 먹는 법’, ‘청년 운보’ 등의 대본을 쓴 극작가이기도 하다.
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작가, 배우, 연출 등 대표로서, 연극인으로서 왼 종일 정신없이 분주하면서도 “세월이 지나 아이들이 열심히 일한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란다”고 당당하게 욕심을 드러낸다.
“이번 새집 계약 시에도 전공한 법학 덕을 좀 봤다”며 으쓱하는 문 대표와, 그와 뜻을 같이하는 ‘쟁이’들이 이어가는 충북연극의 미래는 웃을 날이 더 많을 거라는 기대로 가득하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