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 청주시의회 부의장

▲ 이영신 청주시의회 부의장

도시는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높은 빌딩, 확장된 순환도로, 첨단 산업시설이 늘어날수록 도시는 외형적으로는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시의 진정한 가치는 콘크리트나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도시는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는 무대다. 도시는 곧 사람이다.
청주시 예산은 4조원을 넘어섰고, 도심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고층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계획과 인허가가 잇따르고 있다. 오송에는 미래산업이 몰리고, 오창에는 청년층이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커진 만큼, 시민의 삶도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발이 속도를 낼수록 마을은 조용히 해체되고 인구는 늘었지만 이웃은 사라졌다. 도시의 외형은 확장되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삶의 의미와 관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누구 하나 잘못한 것은 없지만, 도시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이제 청주는 삶을 위한 도시 철학이 필요하다.
개발을 위한 개발, 균형보다 속도를 앞세우지만 더딘 행정, 사업과 시설 중심의 정책은 결국 도시를 비워내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도시를 공간이 아닌 '삶의 총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청주는 본래 그렇게 비어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정북동 토성과 성안길, 우암산과 무심천, 상당산성과 중앙공원, 그리고 계절마다 풍경을 달리하는 가로수길은 단지 장소가 아니다. 그곳엔 세대의 기억과 일상의 온기, 공동체의 숨결과 청주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청주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그것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관계가 살아 숨 쉬는 도시, 정서적 기반이 회복되는 공동체 도시.”
청주다움은 인구 100만명도 아니고, 화려한 슬로건도 아니다. 그것은 이 도시에 사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방식과 서로를 잇는 관계의 결, 일상의 품격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깊은 감동이 있는 ‘사람을 위한 도시’를 다시 그려 볼 담대함이 필요하다.
청년이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두렵지 않은 도시, 노년이 외롭지 않은 도시, 그리고 이웃과 인사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가능한 도시—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청주의 미래다.
행정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계획이 정교해도, 그 속에 사람이 배제되면 도시의 성장은 허상에 불과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낮은 목소리마저 놓치지 않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청주의 방향이어야 한다.
도시정책도, 행정개편도, 예산 운영도 모두 이 철학 위에 서야 한다. 도시는 사업이 아니라 삶을 다루는 일이다. 공간을 채우기보다 사람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청주의 행정도, 정치도, 도시계획도 이제 성과보다 의미를, 속도보다 방향을, 쾌락보다 감동을 추구하며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청주다움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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