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는 것이 사랑이야!

이지원 서울 문교초6


“대충 정리하고 빨리 출발하자. 지원이가 기다리잖아”
“김치를 적게 싼 거 같아서 큰 통으로 바꾸느라 조금 늦었어요”
아빠가 엄마를 재촉하시면서 내 핑계를 대신다.
외삼촌은 대한민국 육군 장교임과 동시에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엄마의 늦둥이 동생이다.
이제는 늠름하고 멋진 외삼촌인데 엄마는 동생이 피부관리를 해야 한다며 지난 주말에는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더니 오늘은 반찬을 싸야 한다며 아침부터 이것저것 만드시느라 가장 바쁘게 움직이셨음에도 가장 늦게 준비를 마쳤다.
엄마 눈에는 아직도 외삼촌이 나와 같은 애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 모두는 여름휴가 때마다 외삼촌이 근무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
외삼촌이 휴가를 맞춰 다른 지역으로 가자고 해도 엄마는 꼭 외삼촌이 근무하는 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하셔서 올해의 휴가 목적지도 포천이 됐다.
난 외삼촌 근무하는 군대 입구만 보면서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굳이 바다가 아닌 포천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아빠도 여행을 반대하지 않았기에 나도 그냥 따라가는 신세가 됐다.
사실 난 바다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차를 타고 외삼촌을 만나러 가는 길 내내 외삼촌이 육군이 아니라 해군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외삼촌이 하필이면 왜 육군이야?”
“하필 이라니? 바다든 하늘이든 땅이든 나라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외삼촌이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니?”
나는 그냥 바다로 놀러 가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뿐인데 엄마는 또 잔소리를 하셨다.
엄마도 외삼촌이 직업군인을 선택했을 때 위험한 거 아니냐며 반대도 하셨고 군대에 들어갈 때는 일주일 동안 집안 분위기가 썰렁할 만큼 우울해했었으면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외삼촌 부대 앞에서 외삼촌을 태우고 펜션으로 이동했다.
항상 그렇듯 이 더운 날 펜션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아빠와 외삼촌은 불을 피우고 엄마는 상 차릴 준비를 하셨다.
나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핸드폰 게임만 했다.
‘놀러 와서 물에도 못 들어가고 방에서 핸드폰만 하는 내 신세...’
부모님과 외삼촌은 내가 외롭든 말든 고기를 구워 술 한잔을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셨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분위기가 안 좋은 나를 감지한 삼촌이 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지원이가 왜 이렇게 뾰루뚱 할까?”
“아니에요”
“내일은 우리 같이 바다 보러 가자. 삼촌도 휴가라서 멀리 갈 수 있으니 오래간만에 바다 가서 즐겁게 놀자”
“진짜?”
“삼촌이 미리 바다 근처 근사한 펜션도 예약해 놨어. 내일은 지원이만을 위해서 놀 거야”
그나마 나를 이해해 주는 삼촌이 너무 고마웠다.
“근데 삼촌은 왜 군인이 된 거야? 마음대로 여행도 못 가고 가족들하고도 떨어져 지내야 하잖아. 그리고 해군이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바다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잖아”
“지원이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친구들... 앗 그리고 외삼촌”
“지원이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지금 지원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럼 삼촌은 지금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까 나라를 사랑하는 거야?”
“하하하. 그런 거지. 삼촌도 지원이처럼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거든. 작게는 가족이고 크게는 나라의 모든 것들이야. 근데 삼촌이 모든 걸 다 지키기에는 나라가 너무 커서 각자 나눠서 지켜야 하기 때문에 삼촌은 육지를 지키기로 결심해서 육군이 된 거야”
“그래도 힘들지 않아?”“마음대로 여행도 못 가고 가족들하고 떨어져 지내는 게 아쉬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삼촌은 지원이가 아무 걱정하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나라를 지키고 있는 거니까 아무 상관없어.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건 너무 멋지지 않아?”
외삼촌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다.
지켜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
가족과 고향, 나라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외삼촌이라는 것!
바다 여행도 좋지만, 난 대한민국 육군 장교인 외삼촌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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