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나의 아빠 나의 가족
윤성욱 경북경산 삼성현중3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해 본적 없는데 아빠가 떠나셨다.
“아이고! 왜 니가 거기있노 니가 와!“하며 장례식에 찾아온 할머니는 향냄새가 가득한 빈소를 다 매울듯이 크게 울으시며 과일과 음식이 줄 지은 상 뒤에 환히 웃고 있는 사진 속 아빠의 얼굴을 몇 번이고 어루만졌다.
그 뒤로도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빈소 안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조문객을 모시는 나는 다리가 저린지도 알수없었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정신없이 슬퍼하며 삼일장을 치르기까지 수많은 일이 있었다.
아빠는 생전에 일이라곤 쉬어본적 없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고단한 아빠였다.
하지만 매일 새벽에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 올 때면 온가족이 다크서클 가득한 아빠의 얼굴에 비비적대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럴 때마다 아빠는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했다.
하지만 일과 일상에 지친 아빠는 새벽 식탁위 안주와 술 그리고 검게 퍼져나가는 담배연기로 스트레스를 풀어주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이 쌓이고 쌓여서인지 결국 아빠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응급실은 면회가 되지 않아 힘겹게 달려간 병원에서는 투명한 문 너머로 엄마혼자 들어가고 형과 나는 응급실 밖 쿠션이 깔린 의자에 앉아 마음을 졸였다.
아빠가 없는 하루하루가 내게는 모닥불 꺼진 한겨울의 오두막처럼 차갑고 씁쓸하게 버려진듯했다.
학교에서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학원에서도 멍을 때리다가 시험을 망치던 일도 허다했다.
그러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나고 퇴원하는 아빠를 데리러 병원으로 갔다.
천천히 열리는 병실 유리문에서 나오는 아빠는 말 그대로 뼈만 남았다.
통통하던 아빠는 살이 축 쳐져 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힘이 빠진 아빠의 목소리는 목이 꺾인 꽃 한 송이 같았다.
그럼에도 집에 돌아온 아빠는 하루도 빠짐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위해 운동과 일을 시작했고 뇌출혈이 일어나기 전처럼 힘을 쓰며 가정을 지켜나갔다.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였던 술과 담배를 끊으면서 더욱 힘들어 보이는 아빠였지만 다음날도 다음 주도 매일같이 일을 나서던 아빠가 영웅 같아 보였다.
뇌출혈이 일어난 이후로 2년이 지나고 더욱 활기를 띄고 건강해져 보이는 아빠와 우리가족은 새 삶을 살아가듯 매일이 행복했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이 시작되고 그날도 아빠는 또 다시 새벽에 일을 하러 차를 몰았다.
그런데 전날부터 머리가 어지럽다던 아빠가 차를 운전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뇌출혈이 재발하여 경직된 발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텅 빈 도로를 활주하다가 길모퉁이의 버스정류장을 박고 전복되었다.
그 시각 아빠는 머리가 심하게 다치고 온몸이 성할곳없이 피가 흥건히 바닥을 매웠다.
응급실에 실려 가는 아빠를 알지못한채 학교에서 신나게 놀던 나는 떨리는 선생님의 말에 또다시 마음이 철렁이며 병원에 가봤지만 이미 아빠는 과다출혈로 사망한 뒤였다.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살다 가는지 아들얼굴도 못보고 떠나는 아빠가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눈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뒤로 빠르게 삼일장이 지나가고 차가운 기류만 남은 집안에는 아빠의 냄새가 가득한 옷이 우리가족의 옆에 앉아있었다.
아무리 엄마가 다시 가족을 일으키려해도 나사 빠진 로봇처럼 넘어지고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몇주뒤 이제 막 아빠가 우리의 곁에 없다는 게 실감이 나고 미련이 가실 즈음에 현관문으로 택배상자가 도착했다.
무슨 택배인지 궁금해 하며 가위를 들고 와 테이프 옆을 뜯어내고 그 속을 열어보자 눈물이 이목구비 전체를 매우며 나라 잃은 사람처럼 주저앉아 울었다.
바로 그 택배 속에는 평소에 내가 가지고 싶어 해서 매일 아빠에게 조르던 신발 한 켤레가 포장지에 숨어있었다.
아빠는 이 신발을 받고 기뻐하는 나를 상상하며 기대했을 것인데 이제는 볼 수 없다.
철없이 요구하기만 하던 내가 너무 후회되고 사랑한다 한마디 부끄러워서 못해주던 내가 원망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아직도 나의 방 벽한켠에는 아빠가 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있는데 슬픔에 잠긴 나는 괜히 아빠가 우는 모습에 슬퍼할까 방에서 나와 울었다.
그렇게 조르고 원하던 신발이 내 눈 앞에 있는데 신발이 닳아서 없어질까 신지 못하고 책상위에 올려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아빠의 마지막 선물 신발 한 쌍은 아직까지 아빠의 온기가 남아 차디찬 일상에 지친 나를 일으켜 주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비록 책상위 새 신발 냄새와 고무냄새가 가득한 신발 한 켤래 너머로나마 느낄 수밖에 없지만 아빠에게 못 다한 사랑을 엄마와 형에게 다하여 표현하고 사진 넘어 아빠에게도 해주고 싶다.
아빠가 떠나기 전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어리석게 떠나보낸 뒤에 사랑해줄껄 후회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떠나보내고 떠나가는 유한한 인생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지칠 때까지 말하고 들었으면 좋겠다.
“사랑해 나의 아빠!” “사랑해 나의 엄마!” “사랑해 나의 형아!”
모두 사랑해 나의 가족!
- 기자명 박현진 기자
- 입력 2025.09.18 19:19
- 수정 2025.09.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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