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색을 응축하는 언어, 시

3회 ‘한운사청소년문학상’에 응모된 초·중·고 학생들의 작품은 서울, 부산은 물론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보낸 작품도 있었다. 전국 곳곳 다양한 학교에서 응모된 700여편의 작품을 심사위원은 한 편 한 편 읽으며 시적 구성을 잘 형성하고, 진실하며 독창적인 것을 찾았다. 예심을 통과한 초·중·고 30여 편의 작품을 놓고 어느 작품을 대상, 최우수, 우수로 놓을까 심사숙고하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는 설명이 아니라 함축이고, 시는 봄, 여름, 가을을 보낸 겨울나무다. 그렇기에 시를 쓰는 기저(基底)에는 시심이 따라줘야 한다. 시심은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하루하루라는 시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개인 체험을, 시를 쓰는 사람은 그 체험에서 우러나온 언어를 씨줄과 날줄로 아름답게 엮는 일이다.

응모된 작품 대부분이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소재를 찾고, 그것을 시적 기교를 활용하고 독창적으로 드러내려 노력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등부 최우수로 올린 최지원(괴산 청안초3)의 ‘우리 가족’를 보면 시의 핵심 기교라 할 은유를 잘 살렸다. 가족의 특징을 엄마는 하늘, 아빠는 나무, 동생은 꽃, 나는 구름으로 비유하여 그것들이 숲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어린이다운 생각이 글에 잘 드러났다. 김가빈(구리 토평초2)의 ‘우리가 함께하는 것’ 역시 한 가정의 모습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김가빈의 작품은 2학년 어린이로서 다루기 힘든 ‘소박하게 웃을 때’란 표현이 어른의 손길이 닿지 않았나 생각됐다. 결국 최지원의 작품을 최우수로 올리게 됐다.

중등부는 ‘빛이 되어주는 나의 형’(충주 미덕중2)을 쓴 강대진 작품을 최우수로 올리며 이 시의 장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단순한 시지만 형에 대한 고마운 맘을 순수하게 드러낸 것이 돋보였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형보다 늦게 태어났기에 동생으로서 겪는 형과의 ‘우애’를 6연이란 시행에 잘 담았기 때문이다. 입상권에 든 이승은, 김규리, 이송하, 김백건 학생의 작품도 나름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광주 고려고 3학년 고승재의 작품 ‘가족’은 산문부에서 나온 대상 작품과 우열을 가렸던 작품이다. 시작 부분인 1연 “벽장 깊숙이 접어둔 겨울 이불처럼/ 우리가 서로의 체온을 기억하고 있었다”란 표현은 기성 시인의 표현을 능가하는 멋진 표현이다. 하지만 뒤를 받쳐주는 연의 시행이 첫 행을 따라주는데 아쉬움을 줬다. 호병윤(충주 중산고2)의 ‘아름다운 나라’는 시를 많이 읽어본 학생의 작품이었다. “겨울이면 하얀 들판으로/ 어떤 날은 가난했고/ 어떤 날은 눈물 났지만/ 늘 품어주던 이 나라”란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시를 읽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빼어난 표현이다. 이런 역량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꾸준히 독서하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 후일 한국의 문단을 이끌 인재가 될 것이라 믿게 된다.

많은 학생이 응모한 3회 ‘한운사청소년문학상’에 입상한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입상권에 들지 못한 학생 역시 다음 해에 더 좋은 작품으로 심사자의 눈길을 끌 것이라 믿는다.


시 심사위원

조철호 시인·동양일보 회장
나기황 시인
하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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