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푸른 깃발’ 제호에 ‘심쿵’ 34년 애독자로 동행
창업주 문화 마인드, 지역과 주민에 ‘덕德’ 쌓아
“우리 지역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많이 담아내길”

▲강전섭 청주 문화원장ㆍ충북도문화원연합회장이 동양일보 신문을 받아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박현진 기자
▲강전섭 청주 문화원장ㆍ충북도문화원연합회장이 동양일보 신문을 받아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박현진 기자

“비리, 부정부패, 이권 담합, 범죄 등등 사회 부조리를 캐내고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더라’나 추측성이 아닌, 공정하고 책임 있는 기사로 지역사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오래 유지하며, 아울러 지역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동양일보만의 특색을 살려 사회 구석구석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면 좋겠습니다.”

강전섭(68) 청주문화원장의 일성이다.

그가 동양일보를 처음 만난 건 청주상업고(현 대성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였다. 1956년 세종시 연동면(옛 충남 연기군)에서 나고 자란 강 원장이 청주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청석학원에서의 39년간의 교직생활을 시작할 즈음이다.

1991년 12월 29일, 당시 30대 교사 초년생 앞에 학교로 배달된 동양일보 창간호.

강 원장은 “‘누군가 매를 들어야 한다’는 창간시 제목 바탕에 동양일보의 상징인 푸른색이 유난히 시선을 끌어 신문을 집어 올렸는데 그 순간, 지금과는 달리 세로로 새겨진 ‘동양일보’ 제호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이 땅의 푸른 깃발’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 짧은 문구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 강전섭 문화원장이 가지고 있는 1991년 12월 29일자 동양일보 창간호. 총 28면으로 구성된 창간호 1면에 '누군가 매를 들어야 한다'는 제목의 창간 시가 실렸다.
▲ 강전섭 문화원장이 가지고 있는 1991년 12월 29일자 동양일보 창간호. 총 28면으로 구성된 창간호 1면에 '누군가 매를 들어야 한다'는 제목의 창간 시가 실렸다.
▲강전섭 문화원장이 가지고 있는 1991년 12월 29일자 동양일보 창간호. 2면에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해 동양일보를 바칩니다'는 제목의 당시 조철호 동양일보 사장의 창간사가 실렸다.
▲강전섭 문화원장이 가지고 있는 1991년 12월 29일자 동양일보 창간호. 2면에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해 동양일보를 바칩니다'는 제목의 당시 조철호 동양일보 사장의 창간사가 실렸다.
▲동양일보 창간호 4면과 5면.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김대중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의 축하메시지도 실렸다.
▲동양일보 창간호 4면과 5면.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김대중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의 축하메시지도 실렸다.
▲강전섭 원장이 자신의 서재에서 어렵게 찾아낸 동양일보 창간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전섭 원장이 자신의 서재에서 어렵게 찾아낸 동양일보 창간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푸름’이 ‘젊음’을 뜻하고 나아가 ‘강직’을 의미한다고 여겼기에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들렸음이다. 이는 초보 교직자로서의 나아갈 바를 견주어 다잡게도 했다. 그 기대감은 34년 전 창간호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이유가 됐고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애독자로 함께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창업주인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에 대한 기억도 소환했다.

상업 전공이지만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강 원장은 2015년 쉰여덟에 수필과비평 신인상으로 늦깎이 등단하고 4년 뒤 대성여자상업고 교사로 정년 퇴임했다. 그리고 그해, 20여년 전부터 회원 가입해 활동해 오던 청주문화원 원장 선거에 출마, 당시 62년 문화원 역사상 추대 형식에서 경선을 통해 선출된 최초의 원장이 됐다.

그때 취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조 회장은 “문화원은 여타 예술단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물며 그곳의 원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큰 자리인지를 인지하고 큰마음으로 많은 사람을 이끌길 바란다”며 “문화원이 바로 서야 청주문화가 산다. 예총, 민예총, 어느 쪽으로든 쏠림 없이, 정치 성향 배제하고 모두를 다 아울러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했다고 한다.

 

강 원장은 “그날 그 말씀을 운영 지침으로 삼아 회원간 소통과 교류, 상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는 공동체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고사에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리를 간다’고 했다. 지역의 큰 어른으로서 조 회장님이 특히 도서 발간, 문학상 시행, 시낭송회 등 문학을 근간으로 펼치는 문화 활동은 지역과 주민에게 ‘덕德’을 쌓고, 신문 지면에도 그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나 동양일보만의 특색과 강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관심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교육 관련 기사가 많지 않고 사설이나 오피니언은 좀 더 확대하면 좋겠다”는 강 원장.

두 딸을 독립시키고 청주시 흥덕구 서경초 교장으로 재직 중인 아내 임미랑(61)씨와 상당구 남일면 효촌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그는 “부부가, 또는 가족이 아침 밥상에 둘러앉아 조간신문을 봤을 때 활짝 웃게 만들거나 크게 공감 가는 기사가 1면을 장식하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바람은 중앙지 1면에 매일 등장하는 혼탁한 정치 기사 같은 건 2, 3면으로 보내고, 지역신문은 중앙지와 차별화해 우리 지역의 이야기에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보탠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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