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전에 기여한 한인 헌신 기억해 주길”
한국 이민사 122년 아카이빙, 300억 들여 박물관 착공
“1903년 102명의 한인이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첫 이민 이후 122년. 미국은 우리나라 공식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이제 우리는 200년, 500년 후의 후세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전함은 물론 뿌리를 교육해야 합니다. 박물관 건립은 우리 1세들이 후세들에게 해줘야 할 마지막 임무로, 우리는 미국 최고의 박물관으로 발전시켜 한인 후세들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고 박물관을 찾는 각국의 관람객들은 미국 발전에 기여한 한인들의 헌신을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5월 23일 뉴욕 거주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퀸즈 플러싱 유니온스트릿-39에비뉴 선상 건물 앞에서 2000만 달러(한화 약 3백억원)가 투입된 미주한인이주사박물관 착공식이 열렸다.
2019년 맨해튼의 뉴욕한인회관 6층에 임대로 들어간 지 6년 만이다.
이날 행사에는 그레이스맹 연방하원의원, 리우 주상원의원,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등 지역정치인들과 커뮤니티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착공식이 있기까지의 한 사람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바로 김민선(64) 리즈마 재단 회장이자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관장이다.
지난 28일 지인 결혼식 참석차 고향인 청주를 방문한 김 회장을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숱한 우여곡절 끝에 착공한 박물관 운영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현재 박물관이 입주할 공간은 1층 건물로 중국음식점이 운영 중이며 앞으로 총 7층 규모로 증축돼 이 중 2개 층을 전시와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처음 임대 박물관에서 수장고에 전시했던 미국 사절단 보빙사의 방문 모습과 갤릭호 사진, 3·1운동 때 사용한 태극기 복판, 당시 기록을 담은 신문, 최초의 여권, 김소월 영문 시집 원본 등과 입구에 세워놓았던 ‘평화의 소녀상’ 등을 모두 모아 AI를 활용한 최첨단 한국 박물관으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김 회장의 미주지역에서의 활동은 그야말로 광폭적이다.
그는 1960년 청주 출신으로 주성초, 대성여중, 청주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기악과(바이올린 전공)를 졸업하고 결혼 후 198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프라하 컨서버토리와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 수학하고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현재 뉴욕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 등 5개 캠퍼스를 포함한 세계적인 교육기관인 리즈마 재단을 운영하며, 나소카운티 인권국장으로 13년째 봉사하고 있다. 앞서 1996년 한인 학부모협회를 창설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학부모회에 참여해 보니 거의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른인 나도 인종차별을 느끼는데 학교에 다니는 아들딸은 어떨까 싶어 사회활동에 나서기로 했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정치인이므로 친한파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지역정치인을 후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후 첫 여성 뉴욕한인회장에 오르고 아시안으로 처음 뉴욕주 민주당 대의원에 재선출되며 2022년 미국에서 ‘김치의 날’을 승인·제정케 하고, 전임 바이든 대통령에 ‘K취업비자 쿼터’를 요구하는 등 미주 한인의 권익 신장을 꾀하고 공공외교와 공익활동으로 미국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
내달 1~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단대회에 호스트로 참여하게 되는 김 회장은 “‘민선 김’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키면서 닦아놓은 길들이 한인 후대에게 격려가 되고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 이민자들이 성실하긴 하나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다는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일하고 소통하고 봉사도 하면서 우리의 다름이 미국의 다양성에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되풀이되는 미래가 아닌, 진취적인 미래로 성장해 나가는 한인이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그의 행보는 오늘도 세계를 누빈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