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희 단재고 교사
수업은 꼭 경쟁으로만 이루어져야 할까? 아니, 협력 속에서도 더 깊은 배움이 가능하지 않을까?
얼마 전 교실에서 학생들이 모둠을 이루어 자료를 함께 읽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각자의 강점이 달라 누군가는 자료를 분석하고, 또 다른 학생은 의견을 정리하며 발표를 준비했다. 혼자였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생각이 모여 더 풍성한 답이 만들어졌다. 배움은 경쟁보다 협력 속에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는 오랫동안 경쟁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성취를 평가해왔다. 시험 점수와 석차는 그동안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협력과 성장을 함께 바라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혼자 앞서 나가는 힘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OECD 2030 학습 나침반이 강조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학생의 주도성을 바탕으로 한 협력적 배움,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탐구, 공동체적 책임을 존중하는 태도가 미래 교육의 핵심 가치로 제시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 탐구와 성찰을 바탕으로 한 평가, 공동체 속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경험은 반드시 필요한 변화다.
교실 속 협력은 단순히 과제를 나누는 차원을 넘는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더 나은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배움이다. 때로는 의견 충돌이 생기지만, 갈등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험은 교과 지식 못지않게 소중하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협력이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나의 성취가 우리 모두의 성취와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은 경쟁 중심의 교육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가치를 남긴다.
협력의 가치는 교실을 넘어 사회로 확장된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여러 과제는 협력 없이는 풀 수 없다.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협력의 순간은 결국 더 큰 세계를 살아가는 힘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을 지역과 세계 속에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교사에게도 협력은 낯설지 않다. 수업을 함께 준비하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교육의 길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은 교사에게 또 하나의 배움이 된다. 교사가 협력을 통해 성장할 때 그 가치가 학생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과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힘은 더욱 절실하다. 교실에서 시작된 협력의 경험이 학생들을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토대가 될 것이며, 그것이 바로 교육이 가진 본질적인 힘이다.
교육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