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충북도 안전정책과 주무관
‘사람이 줄고 있다’ 이제는 통계청 보고서에서만 나오는 문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 이상 저출산과 인구절벽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곧 지방소멸로 이어지며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다.
이러한 문제의 근저에는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양성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에게 집중된 출산과 육아의 부담, 그리고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 구조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현실로 이어진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고,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남아선호 사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결국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 사회 전반의 활력 저하로 귀결되었다.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다. 성별에 따른 역할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여전히 많은 여성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남성의 육아 참여는 ‘도움’이라는 언어로 포장된다. 진정한 평등은 기회만이 아니라 결과에서도, 그리고 역할의 분담에서도 구현돼야 한다.
문학과 방송 등의 문화 콘텐츠 역시 사회의 성 인식을 반영하고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여전히 일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성별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성차별적 언어와 클리셰는 무의식 중에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규정짓는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다양한 모습으로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서사가 많아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관념이 강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성도 당당히 육아와 돌봄의 주체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양성평등 역사는 분명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진출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천장은 여전하며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도 높다.
청년 세대조차도 일부는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성평등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평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누구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다.
양성평등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가치다. 이를 위해 유년기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기업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성별 다양성이 리더십 구조에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양보’가 아닌 ‘협력’의 정신이 필요하다.
양성평등은 ‘양’쪽 날개로 나는 새처럼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하늘을 난다.
‘성’별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할 모습이다.
‘평’등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가치의 문제다. ‘등’불처럼 밝은 인식의 변화가, 우리의 미래를 비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평행이 아니라, 동행할 시간이다. 양성이 함께 걸을 때, 지속 가능한 사회는 현실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