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충북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농촌지도사

▲ 김진현 충북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농촌지도사

농업·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농업인의 유입과 정착은 미래 농업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다. 그러나 단순히 ‘청년’이라는 세대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균형을 해소하는 양성평등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농촌에서 남성 농업인보다 여성농업인의 기여는 ‘보조적 역할’로 축소돼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농업경영체 등록이나 정책 지원 제도에서조차 남성 위주로 설계된 측면이 강했으며, 여성은 가사·돌봄 부담을 짊어지면서 농업노동까지 병행해왔다. 이는 청년세대에서도 반복된다. 청년 여성농업인은 농지·자본 확보의 어려움, 사회적 인식 부족, 이중노동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반대로 남성 청년농업인 역시 가정 내 돌봄 참여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성평등한 농촌 생활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첫째, 청년 여성농업인이 차별 없이 농촌에 정착하고 남성 청년농업인과 동등하게 농업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정책과 교육을 농업 현장에서 실현시켜야 한다. 2020년부터 농식품부에서는 ‘농촌특화형 양성평등 전문강사 양성교육’을 추진하며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각종 사업 및 교육 추진 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둘째, 세대공감이 가능한 지역사회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청년 여성농업인은 자식 세대이고 여성(딸)이라는 이유로 직업인으로서의 인정 노동에 대한 보상, 공동경영 지속 등 여러 사안에서 부모 세대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가부장적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농촌사회에서 청년 여성농업인이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에는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 따라서 청년 여성농업인과 농촌 주민, 선배 농업인이 함께하는 교류·협업 활동(4-H 등)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촌 내 돌봄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은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농업인의 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역 공동육아·아이돌봄 지원 체계 확충을 통해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기 어려운 농촌의 삶에서 이중 부담을 해소해야 하겠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3년 발표한 ‘농식품 시스템에서 여성의 지위’보고서를 통해 농업분야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면 기아 퇴치에 도움을 주고 세계 경제 규모도 1조 달러(약 1300조원)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 여성농업인이 농업과 농촌의 혁신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어야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 동시에 남성 청년농업인도 돌봄과 생활 영역에서 성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지속 가능한 농촌사회가 가능하다. 이제는 청년 여성농업인을 단순히 ‘지원 대상’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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