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한 달 전 우리 부부에게 둘째 아기 공주님이 세상에 선물처럼 오게 되었다. 첫째 아들 출산할 때도 정말 감격스러웠지만 딸은 어떻게 하면 예쁘고 소중하게 키워볼까 하는 아빠의 설레임이 정말 컸다. 저 작고 앵두 같은 입에서 “아빠 파스타 만들어 주세요”라고 한다면 난 그 애를 위해 밤새도록 요리할 자신이 있다.

나는 요리사로서 첫째 아들 때부터 매일매일 특별한 이유식을 만들어 왔다. 이탈리아식 이유식이다. 내가 20대 시절 나의 스승님인 이탈리아인 파올로는 두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중이었는데 그가 직접 이탈리아식으로 이유식을 만드는 모습을 봐왔다.

첫 시작인 이탈리아 쌀만 넣은 퓨레부터 감자와 올리브 오일, 여러 가지 야채들과 파르미지아노 치즈 그리고 닭고기와 농어를 이용하여 순하고 건강한 지중해식 아기 음식을 배웠다. 실로 셰프가 아주 바쁠 때는 나에게 재료 손질을 부탁하여 그렇게 배운 레서피가 스무 개나 넘어간다.

스승님의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 직원식사를 할 때 내 무릎에 앉아 함께 파스타를 나눠 먹던 아이에서 지금은 15살이 되었고 나보다 키카 좀 더 크다. (177cm인 나는 그리 작은 키가 아님에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스승님은 나의 아들의 대부가 되어 LEO 레오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을 지어주셨고 딸에게도 LISA 리사라는 아주 예쁜 이름 또한 주셨다. 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인연인가.

이 모든 것은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만들어진 것들이고 난 이것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며 내 자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첫 이유식은 항상 제철 과일을 곱게 간 과일퓨레로 시작한다. 소화를 위해서 한번 익혀서 약간의 질 좋은 올리브오일과 함께 갈아내면 정말 따뜻하고 훌륭한 맛의 퓨레가 된다.

다음 단계는 쌀과 감자를 베이스로 하여 하루는 당근과 호박, 하루는 닭고기, 다음날은 여러 가지 부드러운 해산물 등으로 시작한다. 조금 더 소화력이 좋아지면 육고기와 야채를 곱게 다져 파르미지아노 레자노 2년 숙성된 치즈를 녹여서 곁들여 준다.

특별히 이 치즈는 방부제 없이 천연으로 숙성돼 만들어져 인간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영양소들이 들어있다. 혀가 느낄 수 있는 단맛, 짠맛, 고소한 감칠맛, 새콤한 맛, 씁쓸한 맛까지 느낄 수 있어 아이의 미각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이유식 단계에서부터 맛과 영양을 섭취하는 훈련을 하면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음식을 구별할 줄 알고 식사 시간에 집중을 잘하게 된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먹는 즐거움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데 정말 재밌게도 나의 아들(31개월)은 벌써 아빠가 만들어준 봉골레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아 맛있게 먹고는 손가락으로 볼을 눌러 가며 ‘Molto Buono!’(정말 맛있다!)를 외치고는 한다.

둘째 딸은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나는 벌써부터 과일과 야채 껍질을 깨끗하게 벗기고 최대한 공들여서 크기도 일정하고 작고 예쁘게 칼로 썰고, 가장 좋은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여 조심스럽게 재료를 익히고 곱게 갈아 예쁜 유리그릇에 플레이팅 할 생각에 너무 행복하다.

“사랑은 누구나 요리하게 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혼하기 전 약간은 오만하고 맛이 때론 강렬하며 내가 생각해도 불편했던 나의 요리가 이제는 한 가정의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더욱 따뜻해지고 더욱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물론 내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내 가족에게 요리하듯이 애정을 가지고 그 좋은 에너지를 듬뿍 얹어줄 것을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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