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용 수필가

▲김향용 수필가
▲김향용 수필가

하늘호수가 있는 티베트 여행을 다녀왔다. 조캉 사원을 탐방하는 날 아침,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일찍 출발했다.

조캉 사원은 라싸 시내 중심에 있고1350년의 역사를 가진 곳으로 조캉 사원에는 석가모니 불당이 있다. 이곳에 있는 석가모니 12세 등신상은 석가모니가 생전에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금색에 한 손은 결가부좌하고, 다른 한 손은 대지를 누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입구부터 광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사람들로 붐볐다. 광장에 도착하자 방송을 통해서 본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파 속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할머니와 어린아이 모습이 애잔했다. 할머니와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는 용수철처럼 생긴 플라스틱 끈으로 서로의 허리를 묶여 있었다. 아이는 울다 그치기를 반복했는지 얼굴은 온통 눈물 자국으로 말라 있었다. 어린 손주를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할머니의 마음과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묶여 있는 손주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서너 개의 보따리가 옆에 있는 것으로 보아 여러 날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 모양이다. 이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까.

맨 앞에서 기도하는 또 다른 할머니는 백발 머리를 양 갈래로 길게 땋아 하나로 묶은 모습에서 티베트 여성들은 머리를 자르지 않고 기르는 관습이 있는 듯했다.

합장한 두 손을 풀어 바닥을 짚고 몸은 엎드려 무릎을 땅에 대고 이마까지 땅에 닿으면 다시 일어나 반복되는 행위는 오랫동안 이어온 티베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오체투지 기도다. 말하자면 온몸으로 드리는 기도다. 무엇이 그리도 간절한지 몇 걸음 걷다 또 엎드리며 반복하는 모습이 절절했다.

불경을 외우듯 소리는 나지 않지만 기도하는 사람들의 얼굴표정과 눈빛은 간절함이 묻어났다. 티베트 어느 곳을 가나 사람들은 한 손엔 마니차를 돌리며, 한 손엔 염주를 쥐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불교 신앙은 그들의 일상을 말해 주는 듯했다.

또 하나의 모습은 시가 체에서 사원을 다 돌고 정문으로 나올 때였다. 중년의 남자가 염소 한 마리를 데리고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긴 머리를 정수리에 묶고 수염은 덥수룩하고 옷에는 땀과 흙먼지가 배어있는 모습은 오랫동안 노숙 생활을 하면서 어디서부터 왔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말 못 하는 염소는 반려가족으로 동행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티베트는 고도가 평균 해발 3500m이거나 더 높은 곳은 해발 5100m가 되는 곳이 많았다. 티베트의 3대 성지중 하나인 얌드록 쵸 호수도 해발 4441m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호수의 물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늙은 사람은 수명을 연장해 젊게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지혜를 주어 똑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고원의 초원에는 양들과 말과 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짧은 일정 동안 티베트 사원을 구경하면서 끊이지 않은 인파 행렬마다 갓난아기부터 어른들 속에서 몸이 아픈 사람은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부처님, 미륵불을 찾는 그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는지 궁금해진다. 특히 온몸으로 드리는 수백 배, 수천 배 오체투지 기도는 자아를 버리고 겸허를 배우는 것이고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부처님의 진리에 귀의하려는 소망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업의 소멸과 마음을 정화시켜 새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그들만의 염원의 소산이라면 남루하거나 가엽거나 상관없이 존경심이 배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오래 남아 있는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자신들만의 삶의 여정을 찾기 위한 묵언의 기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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