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은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영포티(Young Forty)’라는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 본래 ‘젊게 사는 40대’라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던 이 단어가 최근에는 ‘젊은 척하는 40대’라는 다소 조롱적인 의미로 변질되면서, 세대 간 갈등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영포티’ 세대는 사회·경제적 압박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젊음’을 유지하려 하지만, 일부 젊은 세대는 이들에 대해 종종 반감을 드러낸다.
세대 갈등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다. 하지만 오늘날 나타나는 갈등은 각 세대가 겪는 경제적·사회적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청년 세대는 취업난과 높은 집값, 불안정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으며, 40대 세대는 여전히 가족 부양과 중간 책임층으로서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서로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영포티’ 현상이 보여주듯, 중년 세대가 젊은 세대와 비슷한 문화와 소비양식을 추구하려는 모습이 때로는 오해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직장과 같은 조직에서 중장년 세대가 젊은 세대의 문화나 행동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훈계하려고 하면 ‘꼰대’라는 꼬리표가 달리기도 하고, 반대로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동화하려 하면 ‘가짜 젊은이’취급하며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서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세대 간 단절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세대 갈등이 단지 문화나 소비 스타일의 차이로 국한된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은 종종 사회적 고립감, 정신건강 악화, 지역사회 건강 저해로까지 이어져 복합적인 사회문제로 확산된다. 지역공동체에서 세대 간 불신이 깊어지면 협력과 소통이 어렵고, 이는 공동체 건강의 약화로 직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영포티’라는 단어에 담긴 부정적 프레임을 넘어서 각 세대가 처한 현실과 고민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이러한 인식 변화가 없이는 세대 간 벽을 허물기 어렵다.
또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세대가 직접 대화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오해와 편견을 줄일 수 있다.
기존의 세대 갈등 해소책이 주로 외적 요인이나 제도적 개선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사회 각 개인의 태도와 인식 전환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진심 어린 공감과 열린 대화의 힘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평화와 건강을 이루는 디딤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열고 서로의 삶을 존중할 때,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은 우리 모두의 작은 마음가짐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