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규 서천문화원장
우리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의식주가 아닐까?
세가지 중에 한가지라도 없다면 몹시 불편하여 생활해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중에 기거하는 주택이야말로 가정을 꾸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삶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생명을 가지고 활동하는 동물들과 조류도 집을 가지고 가족을 꾸린다. 토끼도 굴을 가지고 있고 뱁새도 갈대나 억새 숲에 아담하고 튼튼한 집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새끼를 품고 기르거나 밤에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혹독한 더위와 추위에도 지역에 맞는 집을 짓고 살아간다 다만 구조나 재료에 차이일 뿐 누구나 지역 어디에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집이 있다.
부나방처럼 불빛을 향해 모여든 도시에도 사람들은 성냥갑 쌓아 놓은 것 같은 아파트라는 빌딩에서 살고 있고. 모래만 펼쳐진 무더운 사막에서부터 몽골의 게르, 어디를 봐도 눈과 얼음만 보이는 북극에도 집은 그렇게 인류와 함께 해왔다.
미물인 달팽이도 집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했으면 집을 등에 지고 어렵게 다니고 바닷속에 집게도 빈 소라고둥에 들어가서 포식자의 눈을 피해 살아간다. 위험을 피하거나 안락한 삶을 구하는데 집보다 더 든든한 울타리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집이 없이 살고 있다. 집이 없이 평생을 사는 이도 있을 것이고 여의치 않아서 남이 지어놓은 집에 세들어 사는 이들도 많다.
사글세건 전세건 셋방에서 돈을 모아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사를 열 댓번 씩 하는 모진 고난과 엄동설한에도 연탄을 변변하게 놓고 쓰지도 못하는 곳을 몇 번 거치고 살아야 내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나마 요즈음엔 그처럼 모질게 살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택정책과 집값이 오르는 통에 아예 내 집 갖기를 포기한 국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주택정책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 정부에서 이랬다가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저렇게 바뀌고 경제적으로 이자율을 반영한다 했다가 건축 공급이 과잉되어 풀어주는 정책을 하다가 청약이 안되면 대출을 늘려주고, 집값이 좀 오르면 대출을 막고 이자를 높이 올리고 서민을 위한답시고 이리 바뀌고 저리 바꾸니 돈 없고 불쌍한 서민이 집을 사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수도권에서 20대 30대가 지금 현재의 월급으로는 한 푼 안 쓰고 13년을 모아야 살 수 있다니 그럼 13년을 어찌 살고 집값을 계산한단 말인가? 어느 누군가는 이십 년을 식대와 교통비만 쓰고 살아온 사람만이 집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주택정책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정책적으로 바뀌는 그래서 서민들이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 십억 이십억 씩 하는 지경이니 서민들이 어찌 집을 살 엄두가 나겠는가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란 말이 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작은 생선 굽듯이 해야 한다는 노자 60장에 나오는 말이다. 작은 생선을 이리저리 뒤집으면 다 부서지고 먹을게 없다는 말이 아닌가?
집값 문제는 지금의 인구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어 결혼까지 늦어지는 원인이란다. 십 여년 전에만 해도 결혼하고 둘이 힘을 합하여 내외가 벌어 집사고 살림 장만하는 것으로 여기고 결혼하고 애를 낳았는데 지금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젊은 여자들은 집은 당연히 신랑이 장만해서 장가드는 것으로 여긴다니 이런 이기적인 사고와 세태가 되어 장가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해도 어찌 이처럼 결혼관까지 변한단 말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민을 위한 집값을 공약으로 내놓고 막상 국정이 시작되면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빈말(空約)이 되어버리고 주택을 소유한 쪽으로 몸을 돌려 정치를 하는 습관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정권 저 정권 할 것 없이 서민의 피부와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집 없이 사는 나만의 생각인가 하고 자괴감이 든다.
그러니 요즘 젊은이들이 나이가 사십 줄이 되어도 장가를 생각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그저 큰 가정이라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현 실정을 위정자들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주 서민들과 농민들은 하루하루 삶에 지쳐가는데 네 편 내 편 정치싸움에 신물이 난다.
작금의 정치가 진정 서민을 위한 정치인가
제발 지금부터라도 주택문제와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어 장가가고 가정을 가지고 살도록 지극한 위민정치를 실현 시켜주길 간절히 빌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