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이 변호사

▲ 신영이 변호사.

우리는 살면서 생각보다 명의신탁을 많이 한다. 어느 날 친구로부터, 혹은 가족들로부터 ‘미안한데 니 명의 좀 빌려줘. 내가 땅을 하나 샀는데 세금 문제가 있어서 부동산 등기부에 소유자 명의만 잠깐 니 앞으로 해놔줘라. 등기 비용이랑 세금 같은 건 당연히 다 내가 낼게’란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면 바로 이게 전형적인 부동산 명의신탁이다.

먼저, 이 명의신탁의 효력부터 살펴보자. 이런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무효다. 만약 이렇게 등기 명의만 부탁받은 사람(우리는 이 사람을 ‘명의수탁자’라고 부른다)이 진짜 소유자(이 사람의 법적인 정식 명칭은 ‘명의신탁자’다)에게 말도 없이 몰래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다면 명의신탁자는 억울해도 어떻게 그 부동산을 찾을 수가 없다. 너무 억울해서 명의수탁자를 고소해서 형사처벌 받게 하고 싶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자인 본인도 함께 형사처벌 받을 것을 감수해야 한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법에서 하지 말라고 한 것을 했다면 그 리스크도 본인이 감내하란 소리다. 즉, 절대 보호해주지 않을테니 명의신탁 하려고 하지 말란 소리다.

하지만 명의신탁이 유효인 경우도 있던 것 같던데? 맞다. 부동산실명법에서는 예외적으로 부부간이거나 종중이 명의신탁하는 것을 유효하다고 봐주고 있다. 여기서 부부는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를 말하고, 세금 포탈이 목적이 아닌 경우에만 유효로 봐준다.

그렇다면 이런 유효한 명의신탁인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을 그만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돌려받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명의신탁을 해제하면 된다.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을 해제한다고 말하면 되는데, 명의수탁자가 순순히 소유권이전등기를 돌려주지 않을 때를 우리는 항상 생각해야 하니 내용증명을 보내도록 하자. 내용증명은 종이에 명의신탁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을 쓴 뒤에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면 잘 알려준다. 하지만 명의수탁자와 사이가 나쁘지 않다면 굳이 명의수탁자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순순히 돌려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릴 필요가 없으니 문자나 카톡을 보내거나 전화한 후 통화녹음을 해서 증거로 남겨두는 것도 좋다.

만약, 이처럼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을 해제할테니 소유권을 환원해달라고 했는데도 모른척 한다면 어떻게 될까? 몇 번 좋은 말로 대화를 해봤는데도 모르쇠를 유지하며 명의신탁 받은 적 없고 자기가 산 것이라고 한다면? 이젠 민사소송이다.

이 민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고, 그다음 중요한 것은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내가 저 뻔뻔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엔 뭐가 있을까? 가장 확실한 것은 명의신탁할 당시에 미리 명의신탁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고, 그게 어렵다면 명의신탁을 부탁할 당시의 대화 녹음이나 카카오톡, 문자 등이 있겠다.


하지만 이런게 있으면 애초에 명의수탁자가 모르쇠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을 낸 내역서(만약 명의신탁자인 본인이 직접 내지 않았다면 그 세금을 명의수탁자에게 보낸 거래내역이 있으면 된다)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금으로 줬다면? 제발 돈 거래는 현금 말고 계좌이체로 하자. 현금으로 줘서 줬음에도 억울하게 증거가 없는 경우나 너무나 많다. 현금으로 줄 수 밖에 없었다면 영수증이라도 받아놓자.

그리고 흔히 땅문서라고 부르는 등기필증(당연한 말이지만 명의신탁자인 본인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과 매매대금을 전 소유자에게 계좌이체 했다면 예금 거래내역서도 매우 중요한 증거다. 만약 전 소유자에게 매수하면서 공인중개사와 함께 있었다면 공인중개사의 사실확인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는 객관적인 제3자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명의신탁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증거는 이러한 것들이다.

믿는 사람에게 명의신탁하는 것이다 보니 이러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정말 그 부동산이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판사님이 모르셔서 명의신탁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패소하게 될 수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것이고, 사기는 원래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법이다. 증거는 미리미리 미래를 대비해 확보해놓는 것을 항상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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