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수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장
집중호우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경지 침수가 속출하고, 농업인들의 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현 시점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인 배수개선사업은 농업기반을 지키는 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다.
그러나 배수개선사업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천준설과 병행돼야 한다. 배수개선사업은 농경지 내부의 물길을 정비·확폭하고, 배수펌프장 및 배수로를 설치해 빗물을 신속히 하천으로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정작 하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배수망을 확충해도 농경지 침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최근 지역의 여러 지류 하천을 살펴보면, 강수량 증가와 함께 토사 퇴적, 수초 번무로 인해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곳이 많다. 하천의 유효 단면이 줄어든 상태에서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홍수를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역류 현상이나 배수 지연이 발생한다. 이는 계획했던 배수개선사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수개선사업은 일반적으로 20년 빈도의 설계강수량을 기준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200년 빈도에 해당하는 1시간 150mm의 극한 강우가 발생하는 등, 기존 기준만으로는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하천의 통수 능력을 회복시키는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하천준설이 불가피하다.
하천준설의 필요성은 치수 기능에만 그치지 않는다. 준설을 통해 퇴적된 토사를 제거하면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과도 연결된다. 또한, 하천의 흐름이 정상화되면 인근 농경지의 지하수위 조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하천준설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지역 농업 생산성과 환경 보전을 동시에 담보하는 핵심 대책인 셈이다.
농어촌의 배수 문제는 단편적 시설 보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천정비와 배수개선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실질적인 재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농경지 침수를 예방하는 것은 농가 피해 저감, 농업 경쟁력 향상,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이 있다. 하천에 쌓인 토사 준설을 통해 원상회복 시키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홍수배제를 유도하고, 부족한 부분은 배수펌프를 활용하는 현명한 대처가 바로 실질적인 해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