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국 충북농업기술원 토양환경팀장
토양과 미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매일 자연이 보여주는 정교한 균형과 조화에 감탄한다. 땅속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은 저마다 다른 성질과 역할을 지녔지만, 서로를 배척하기보다는 공존하며 건강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이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진리는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된다. 바로 ‘양성평등’이라는 근본 가치다.
토양 속 음전하와 양전하가 만나 서로를 보완해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내듯, 우리 사회도 남성과 여성, 다양한 성별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할 때 더욱 풍요롭고 활기차게 발전할 수 있다. 성별 간의 차이는 결코 갈등이나 경쟁의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힘이 모여 균형을 이루는 자연의 원리와 같다.
자연 속 다양한 미생물들이 각기 다른 형태와 기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억누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서도 ‘다름’은 조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양성평등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 비롯되는 고유한 강점을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 차이가 차별이나 배제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처럼,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할 때 더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있어, 여성과 남성이 공평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는 토양 속 여러 성분이 과다하게 집적되어 있는 것과도 같다. 우리가 땅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리하듯, 사회도 차별과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양성평등은 제도나 구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일상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놀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다름의 인정’이,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적 평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연은 결코 경쟁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협력과 공존의 메커니즘 속에서 생태계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균형을 찾아간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성별과 관점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사회는 더 넓은 시야와 깊이를 갖게 된다. 양성평등은 단지 한쪽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성장의 기회다. 토양도 사회도 다양한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최고의 결과가 도출된다. 이제는 자연에게 배운 이 조화의 원리를 사회 속에서도 실현할 때다.
토양환경 연구실에서도 다양한 성별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차이를 존중할 때 팀의 창의성과 효율성은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 자연이 보여주는 조화처럼, 우리 사회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양성평등은 바로 그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