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전섭 충북문화원연합회장

문화는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문화에 대한 숱한 정의 중 이보다 더 간결하고 알기 쉽게 표현한 말은 없을 듯하다. 이 문장이 거창한 문구나 구호보다도 더 가슴에 다가오는 건 문화는 바로 우리네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개개인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아우른다. 한 송이 장미꽃도 예쁘지만, 안개꽃과 어울려 서로 받쳐줄 때 더 아름답고 풍요롭다. 문화의 꽃은 이렇듯 홀로 피우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피울 때 더욱 값지다. 청주문화의 꽃을 피우는 중심에 바로 청주문화원이 있다.
청주문화원은 청주시민의 문화 사랑방이다. 1957년 개원한 이래 68년의 역사를 지닌 명실공히 청주 문화예술의 종가로써 위상을 세우고, 다양한 고품격 문화강좌와 청주시의 문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청주문화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지역문화와 생활문화 진흥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시민이 행복한 새로운 문화 창조를 위해 노력 중이다. 청주문화원이 진행하는 숱한 사업 중 특별한 행사가 바로 ‘청주시민소장전’이다.
‘청주시민소장전’은 청주문화원 원장을 맡으며 구상해온 사업이다. 청주시민이 간직한 미술품을 한자리에 전시해 잠재된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시민 참여형 행사다. 청주는 1500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도(古都)다. 유서 깊은 삶의 터전에 사는 청주시민들은 어떠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청주시민소장전’의 출발점이다. 기록문화도시 청주시민들의 애장품을 전시하여 감상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집안에 걸린 미술품을 모셔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소장한 작품 공개를 꺼리고, 고가 미술품의 훼손이나 분실을 염려하는 분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작업이 난제 중 난제다.
청주는 예향(禮鄕)의 고을이자 예향(藝鄕)의 도시다. 예향(藝鄕)의 도시인 전주나 광주를 방문할 때 눈길을 끄는 것은 식당이나 찻집마다 걸려있는 미술품들이다. 그 고장이 배출한 훌륭한 작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들의 작품을 소중히 간직하며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모습이 그리 부러울 수가 없다. 청주에도 내로라하는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기에 우리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각 분야의 뛰어난 청주 출신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으로 마련한 통합 청주시 출범 10주년 기념 제1회 ‘청주시민소장전’은 호평을 받으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한민국에는 232개 지방문화원이 있다. 모든 문화원은 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각종 문화사업을 주도한다. 현재 지방문화원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재정자립도 확충이다. 청주문화원은 2022년 4월에 전국 문화원 중에서 최초로 ‘청주문화원 발전위원회(위원장 김진현)’를 발족했다. 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뛰어난 경영 철학을 지닌 지역 기업인들이 청주문화 발전에 동참했다. 발전위원회 기금은 청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청주 최초의 어린이 맞춤 동화책 ‘땅에 세운 돛대’의 발간과 제1회 청주시민소장전 ‘빗장, 열다’를 마련하는 마중물이 됐다. 올해는 책자가 아닌 ‘영상으로 읽는 청주 역사 이야기’를 AI 기법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이 진행 중이다. 어느 지방문화원도 할 수 없는 일련의 문화원다운 사업을 발전위원회의 도움으로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계신 청주문화원 발전위원회 서른한 분 위원님들께 존경과 경의를 드린다.
지난해에 이어 제2회 청주시민소장전 ‘빗장, 열다’를 준비한다. 며칠 후면, 다락방과 거실에, 사무실에 고이 모신 예술품이 빗장을 활짝 열고 나온다. 예술과 마음이 만나는 공간, 청주예술의전당 2층 대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 많은 청주시민이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미술품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조각들이 하나의 큰 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을 다 같이 누리고 싶다. 귀한 예술품을 기꺼이 내어준 모든 출품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온 가족이 만추의 계절을 즐기며 이웃집에 마실가듯 소장전에 동행하기를 꿈꾼다. 나아가 이번 전시회가 지역미술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미술 애호 인구의 저변 확대로 가정마다 ‘미술품 한 점 걸기 운동’으로 전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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