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전 강동대 교수

살다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고, 사람의 신체리듬은 바이오리듬에 의해 고저를 왔다 갔다 한다. 인생이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사는 것이고, 부부지간에 좋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는 없다. 아무리 금슬이 좋은 부부도 사랑싸움은 하면서 산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배기라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칼로 살배기처럼 상처가 깊이 파인다. 경우에 따라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길 때도 있다. 하여튼 은혼식, 금혼식을 지나 반백년을 산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며 이러한 기적이 우리 주변에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 세상의 흐름에 의해 부부지간의 패턴도 많이 변화됐다. 예전 부부의 삶은 서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합심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꿈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면 근사한 자동차를 뽑아 온가족이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 변화로 취업이 어렵다 보니 쉬운 알바를 선호하고 집을 장만하는 것은 불가능해 현실성을 감안한 자동차를 구입한다. 그리고 조금 더 현실을 직시하면 폼 나게 해외여행을 다니며 근사한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간다. 나중에 나이 먹어 힘없고 다리 아프면 움직임이 어렵다 보니 차라리 젊어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인생 뭐있어 다 그렇고 그렇지 하며 먼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더불어 좋은 짝꿍을 만나 알콩달콩 사랑하며 토끼 같은 자식 낳아 행복을 꿈꾸며 사는 평범한 삶이 지금은 기적을 일구는 삶보다 더 힘든 세상이다. 왜 이리 세상이 힘든지는 알 수가 없다. 현실의 삶은 단순하며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실질적인 삶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인생이란 단순한 산술식으로 1+1=2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렇게 살다보면 다툼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노년에 졸혼을 하며 각자의 삶을 산다. 그러나 현실은 자식도 있고 경제력도 필요하니 한 지붕 각자의 공간에서 각방부부로 산다. 나이 들어 부부지간 코골이, 잠꼬대 등으로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성격 수면습관 등으로 각방을 사용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따라서 오늘은 각방부부에 대해 논해 본다.
요즘 법적으론 부부지만 가까운 이웃보다 마음이 멀어져 각방을 쓰는 부부들이 종종 있다. 이러한 삶은 무의미하고 답답하며 가슴도 두근거리며 머리도 아프고 소화도 안 되며 온 몸이 아픈 신체증상을 동반한다. 부부지간 갈등의 표면적으로 심할 경우 슬프고 우울하며 지속되면 우울증을 겪는다. 부부지간 불화는 성격이나 성장배경 시가.처가와의 갈등 경제적여건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보수적 집안의 유교적 환경에서 자라 억지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각방을 쓰는게 낫다. 각방을 쓰는 합리적인 이유로 노년의 삶에 숙면과 수면 질을 위한다고 하나 야밤의 응급 상황 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중년기 이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더 주의가 필요하고, 단지 혼자 있는 것이 편해 각방을 쓰는 건 부부사이 금슬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은 부부 사이의 친밀감으로 같은 공간에서 하루의 마무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예의로 안정감과 무언의 사랑표현이다. 각방부부의 경우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고 나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서로의 감정을 삭이기 위해 여행을 떠나 며칠간 생각한 뒤 자존심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면 된다. 각방 부부라도 마음만은 한 방에 있어야 한다.
우리 삶에 산술적 계산은 1+1=2가 맞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 부부의 삶은 1+1=1이 돼야 한다. 부부의 삶에 2는 각각의 존재로 갈등을 만들어 서로 50%씩 양보 합을 2가 아닌 1을 만들어야 행복한 부부가 된다. 당연히 20~30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 만났기 때문에 타고난 천성과 인생관으로 다른 생각의 가정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절반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맞춰 산다면 인생의 참맛을 행복한 맛으로 채울 수 있다. 말년의 삶을 애정이 아닌 우정으로 함께 한다면 인생 후반전의 참삶이 행복으로 충전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