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미 충북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 신동미 지도사

여성농업인은 우리 농촌의 중요한 노동력이며, 지역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주체다. 202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농림어업 종사자 약 149만 9천 명 중 여성 비율은 절반에 이른다. 이는 농업 생산과 농촌 생활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여성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202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농번기 여성농업인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을 넘으며, 그중 61%는 농업 노동 이외에도 가사와 돌봄까지 전적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농업인에 비해 실질 노동 부담이 훨씬 크지만, 농업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여전히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2025년 여성농업인의 고용률이 56.2%에 달하지만, 비정규직 비중이 47.3%로 높다. 경영주 등록 비율은 26%에 불과하며, 농업 관련 단체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3% 수준에 그친다. 농촌 지역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 참여율은 평균 10% 남짓으로, 제도적·문화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이러한 현실 개선을 위해서는 통계가 말해주는 문제점을 정책과 제도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노동·돌봄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 여성농업인의 68.5%가 ‘농사와 가사·돌봄의 병행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농촌형 돌봄·가사 지원 서비스(공동급식소, 세탁방 운영, 방문 돌봄 서비스 등)를 확산하고,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둘째, 농업경영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공동경영주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등록률은 여전히 낮다. 여성 경영주의 법적 권한과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경영·회계·마케팅 등 실무 역량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의사결정 참여 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농업 관련 위원회 여성 비율은 대부분 10~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소 30% 이상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성별 균형 할당제를 시행하면, 여성의 목소리가 농업 정책과 지역 발전계획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다.
넷째, 경제적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등 복지사업 수혜율은 2025년 기준 약 45%로, 절반 이상이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 기준 완화, 신청 절차 간소화, 정보 접근성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성인지 정책 강화가 필수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의 63%가 ‘성인지 정책 체감도가 낮다’라고 답했다. 이는 정책의 홍보 부족과 현장 맞춤 설계 부재를 보여준다. 세대별·품목별·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결국 농촌의 양성평등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농업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미래 과제다. 여성농업인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책·제도·사회문화 전반에서 균형을 이루는 변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활력 있는 농촌과 튼튼한 농업의 미래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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