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있어 행복해
이서준 청주 개신초<3학년>
5월에는 학교에서 행사가 많았다. 그중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는데 선생님께서 5월 15일이 왜 스승의 날인지 알고 있냐고 물어보셨다. 우리 반 친구들 모두 대답을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 된 것은 바로 5월 15일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진정한 스승님이라고 생각해서 정한 거란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그래서 오늘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생각하는 의미로 훈민정음 놀이를 할거에요. 오늘 학교 공부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영어나 외래어를 쓰지 않고 한글만 쓰는 거예요. 할 수 있겠죠?”하고 말씀하셨다. 그때 한 친구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럼 핸드폰은 손전화라고 하면 되는 거에요?”라고 하자 선생님께서는 “네, 맞아요. 또는 티셔츠라는 말 대신에는 윗옷이라고 말하면 돼요.” 우리는 놀이라는 말에 모두 신나했다.
1교시가 시작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급식 식단표를 보던 친구들이 메뉴가 뭐냐고 서로 물어보고 답하다가 놀이에서 탈락했다. 탈락한 사람은 칠판에 붙어있는 자기 번호의 자석을 스스로 내리면 된다. 2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우르르 몰려가서 누가 이랬고 누구는 저랬고 하면서 누가 영어를 써서 탈락했는지 알리기 바빴다. 나도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입에 붙은 영어가 자꾸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자꾸 “오케이~”라고 말하면 그걸 들은 친구들이 “ 너, 영어 썼다”하면서 서로 웃었다. 나는 1교시에서 2교시까지는 잘 버텼는데 3교시 체육 시간에 깜빡하고 영어로 말해버렸다. 그래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너무 빨리 탈락한 것 같아서 속상했다. 4교시부터는 살아남은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탈락하도록 일부러 열심히 말을 걸었다. 제발 친구도 탈락했으면 하고 바랐다. 한 친구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예 대답도 안 하고 고개로만 대답했다.
나는 탈락했는데 끝까지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질투도 났다. 그런데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 중에 진짜 한글이 아닌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외국인도 아닌데 한글 아닌 영어를 왜 이렇게 많이 쓰는지 이상했다. 결국 6교시가 끝나고 훈민정음 놀이를 버텨낸 친구들은 26명 중에서 모두 7명이었다. 놀이가 끝나고 탈락한 친구도 이긴 친구도 모두 훈민정음 놀이가 재미는 있었지만,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고 난리였다. 선생님께서는 놀이가 끝나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셨다. 나는 훈민정음 놀이 덕분에 우리말 우리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어떤 친구는 영어를 안 쓰려고 해도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친구는 입에서 자꾸 영어가 튀어나와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 반 친구들은 우리말을 더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급식 식단표에 에그타르트가 나오던 날은 한 친구가 “얘들아, 오늘 구운 달걀빵 나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말로 바꾸어 써보니 영어나 외래어보다 우리말은 말할 때 느낌도 좋고 뜻도 예쁘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우리말을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또 한글을 아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한글이 있어서 행복하다.
◆누군가의
백하윤<청주 남성중 3학년>
별에서 시작하여
별똥별로 끝나는 삶에 대해 생각했었다.
어둠을 밝히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삶에 대해.
눈뜬 맹인으로 살아가는 것
까막거리는 눈으로 살아가는 것
옴짝거리는 피부 끝에 매달린 문장들을
떨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나의 삶은 그런 것, 별이 존재하지 않는 밤하늘일 뿐이었다.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에
사내가 민들레를 내게 건넸다.
붉을 만치 따뜻했고
푸를 만치 강인했다.
단단한 뿌리를 내렸고
단단한 줄기를 세웠고
단단한 향기로 피어났다.
내겐, 우리에겐
한 사내가 건넨 한 송이가
세상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고
말을 글이라는 홀씨가 되어 날아가게 했다.
다시 보았을 땐
이미 수많은 별이 되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시로 남은 언어
박준현<충주중산고 3학년>
처음엔
그저 쓸모뿐이었다.
누구를 꾸미려는 말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었다.
억눌린 시대가 지나고
입술이 열리자,
이 글로 사람들은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눈물의 무게도,
노여움의 떨림도
이 글 안에서 목소리를 얻었다.
그 목소리로
노래한 이들이 있었다.
세상의 상처를 적은 사람,
봄의 기척을 쓴 사람,
어둠 속에서도 불빛을 놓지 않은 사람.
그들의 손끝에서
한글은 단어가 아니라
심장이 되었다.
시가 되어
역사를 기록하고,
말이 되어
사람을 움직였다.
한글은
쉬운 글이 아니다.
감정이 모이고,
시대가 쌓이며,
시인들의 숨으로 살아 있는 언어다.
◆심사평<글짓기 부문>
한글 사랑 실천에서 얻은 글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은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과 개천절, 한글날이 있고,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제를 펼치고 있다. 특히 한글날에는 우리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훌륭함과 한글의 과학성, 독창성, 아름다움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579돌 한글날 기념 15회 ‘우리말글겨루기’ 공모에 응모한 작품은 지난해보다 100여 편 많았다. 작품 수가 많은 만큼 작품의 질 또한 우열을 겨루기 힘들 정도로 빼어났다. 심사위원은 모든 작품을 읽고 우수한 것을 결심 작품으로 올려 다시 윤독하면서 좋은 작품을 앞자리에 놓으려 노력했다.
초등부 으뜸상에 올리려 한 작품은 공교롭게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들 작품이었다. 최하루(개신초 3)의 ‘내 이름은 최하루’는 ‘하루하루 정성껏 살라는 뜻이야’란 의미로 부모님이 지어준 한글 이름을 통해 ‘나는 한글을 좋아해요/내 이름처럼 예쁜 한글이름이니까’로 끝을 맺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통해 우리글을 사랑하는 감정을 잘 표현한 글이다. 이서준(개신초 3)의 “한글 있어 행복해”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에 있었던 ‘훈민정음 놀이’를 통해 요즘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오케이’ ‘에그타르트’ 등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매일 쓰는 말 중에 진짜 한글이 아닌 말’이 많음을 보여준 글이다. 특히 ‘외래어보다 우리말을 말할 때 느낌도 좋고 뜻도 예쁘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란 표현에서 우리 한글을 사랑하겠다는 실천 의지를 엿보게 하는 글이라 이서준의 작품을 으뜸상에 올렸다.
‘누군가의’를 제출한 백하윤(청주 남성중 2)의 중등부 작품은 한글 창제의 깊은 뜻을 오롯이 담고 있는 시였다. ‘별에서 시작하여/별똥별로 끝나는 삶에 대해 생각했었다’란 도입부부터 시적 문장으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 시행은 ‘어둠을 밝히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삶에 대해’로 이어지면서 시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중학생 작품으로 수준 높은 사고思考를 엿보게 하는 언어들이 이어지면서 한글 창제의 숨은 뜻을 시에 잘 담고 있었다.
양예연(일신중 2)은 한글 캘리그래피 수업을 통해 ‘한글은 나를 표현하고,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며 더 나아가 세상과 연결해 줄 수 있는 엄청남 힘을 가진 문자’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한글의 우수함을 알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글이었다. 심사위원은 논의 끝에 백하윤 작품을 으뜸 자리에 놓았다.
고등부는 박준현(충주 중산고 3)과 강예원(일신여고 2)의 두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은 다시 읽고 최종적으로 박준현 작품을 제일 앞자리에 올렸다. 강예원 작품 ‘한글은 나무이기도 하다. 씨앗처럼 작은 받아쓰기로 시작해, 생각의 뿌리를 내리고, 경험의 가지를 뻗으며, 지금의 내 삶을 지탱하는 커다란 줄기로 자라났다’에서 볼 수 있듯이 ‘내 삶의 동반자(소울메이트)’란 생각에까지 이른다. 표현한 영어식 표현 ‘소울메이트’란 단어가 우리글 겨루기에서 감점을 가져왔음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 박준현의 ‘시로 남은 언어’는 우리 한글로 시를 쓰는 시인들의 언어를 가치롭게 표현한 시다. 한글은 시로 ‘심장’이 되고, ‘역사’가 되고, ‘말이 되어/사람을 움직였다’ 이와 같은 함축적 상징은 단순해 보이지만 한글이 지닌 우수함을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응모한 작품들은 우리글, 우리말을 사랑하고 생활에서 잘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입상한 작품은 자기 체험을 진솔하게 글로 썼기에 더 빛나는 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산문에서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우수한 논설문도 많았지만, 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생활문을 선별했음을 입상작을 통해 발견할 것이다. 우리 한글의 가치는 이런 글을 통해 한층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입상한 학생들에게 축하하며 더 좋은 작품으로 한글을 빛내길 바란다.
<심사위원> 하재영 시인, 윤현자 시조시인, 김송순 동화작가
<말하기 부문>
경험·체험에서 우러나는 말하기
말하기 응모자가 지난해보다 늘어서 고무적이었다. 특히 중학교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그러나 막상 심사에 들어가자 대회요강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응모 학교별로 편차가 컸다. 당초 이 대회는 우리 말글에 대한 실력을 시험으로 겨루던 대회였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모일 수가 없게 돼, 글짓기와 말하기로 나눠 공모로 치르고 있다.
말하기는 응모한 녹화 영상물을 대형 화면에 투사해, 심사위원들이 마치 대회장에서 발표자를 보듯 심사한다. 그러다 보니 녹화가 서툴러 잡음이 많거나, 소리가 잘 나오지 않거나, 소리와 입의 움직임이 맞지 않는 등 잘못된 녹화의 경우 감점이 될 수밖에 없다. 영상심사는 녹화를 잘하는 것이 기본임을 일러둔다.
말하기 대회는 녹화물 외에 원고도 함께 제출하는데, 원고 내용과 영상의 내용이 다른 것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심사기준은 발표 내용과 말하기 자세, 발음 등을 골고루 보았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은 경험이나 체험에서 우러난 개성 있는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소품을 이용하거나 발표 형식을 개성있게 하는 것도 눈여겨 보았다. 뛰어난 발표를 보인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부 으뜸상을 받은 한아린(청주교대부설초5) 양의 ‘영어 캠프에서 만난 한국어 사랑’은 영어캠프에 갔다가, 오히려 외국인 선생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어사랑을 느끼게 됐다는 내용으로 공감을 주었고, 중등부 으뜸상 백해린(청주각리중3)군의 ‘한글의 언어지도’는 어머니께 수어로 한글을 배우면서 한글이 손으로 표현할 때 문자의 느낌이 마음 깊이 전해졌다는 내용과 디지털환경에도 최적화된 문자라는 주장으로 개성이 있었다.
고등부 으뜸상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연구나 발표, 자료 준비 등이 성의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이지수(형석고1)군의 ‘사라져가는 순 우리말’이 도입부와 본 내용 등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앞서 으뜸상으로 뽑았다.
박윤호(만수초3)군은 정확한 발음과 올바른 발표 자세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내용의 일반성 때문에 엄지상으로 결정했다. 심사결과 총체적으로 아쉬운 것은 발표는 잘하나, 내용이 자신의 체험적 이야기가 아니고, 한글의 탄생과 한글의 우수성 등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는 점, 원고를 읽는데 급급해 내용 전달력이 약한 학생들이 많았다는 점, 발음이 나쁘거나 소리가 작아서 말하기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응모자가 많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좋은 학생들이 많았으나 일일이 언급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학습의 기본 도구 과목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이 갈고 닦아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안수길 소설가, 유영선 동화작가, 나기황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