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충북 베이비부머들 ‘황혼의 재도전’(8·끝)

▲ 충북도 '일하는 밥퍼' 사업 참여 노인이 온누리상품권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노인인구 진입은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충북 사회가 맞이한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 거대한 인구집단이 은퇴와 동시에 사회적 역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노인일자리 정책의 혁신적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자아실현, 지역사회에의 기여와 사회적 역할 확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일자리를 구축해야 한다.
동양일보 기획·특집 충북 베이비부머들 ‘황혼의 재도전’ 기사 마지막 회는 국내·외 선진 사례와 전문가 조언, 취재후기 등을 싣는다. 지영수 기자 jizoon11@dynews.co.kr

 

독일은 유연 은퇴 제도 시행 이후 고령층이 일과 여가를 병행하며 보다 유연한 삶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의 한 노천 식당에서 노인들이 즐겁게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모습. 사진 이태용 기자
독일은 유연 은퇴 제도 시행 이후 고령층이 일과 여가를 병행하며 보다 유연한 삶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의 한 노천 식당에서 노인들이 즐겁게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모습. 사진 이태용 기자

 


●독일 이니셔티브 50플러스
독일은 58세 고령자에게 실업급여를 통한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등 고령자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 고령자에 대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시행해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임금보조금과 사용자에 대한 채용보조금, 고령자 직업훈련 보조, 고령자에 대한 기간제 근로계약 요건의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이니셔티브 50 플러스’(Initiativ 50plus)라고 불리는 고령자 기회 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중장년고용 우수사례로 평가받는 이 사업은 실업 상태인 50~64세의 중장년을 다시 일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중장년 실업자가 다시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할 기회를 얻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러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령 근로자를 위한 고용협약을 통해 중장년 장기실업자의 취업기회 확대와 직업재활을 개선하기 위해 연방노동사회부가 실시하는 고용촉진 프로그램 ‘퍼스펙티브 50플러스’(Perspektive 50plus)를 진행, 유럽 차원에서 고령자 고용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일본 실버인재센터
일본의 고령자 일자리서비스와 관련된 대표적 프로그램은 실버인재센터다. 센터는 고령자들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지역에서 일을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60세 이상 고령자는 회원으로 가입 후 개인의 욕구와 신체적 특징, 경험, 기술 상태 등에 따라 적합한 일에 참여하게 된다.
지자체가 고령자들이 할 수 있는 우선직종을 선정해 일감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매칭이 이뤄지며, 임금은 정해진 작업량에 따라 실버인재센터에서 배분금의 형태로 지급받는다.
대기업 혹은 중견 민간기업 등에서 퇴직한 시니어를 중소기업에 재취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시 50+ 사회공헌 일자리사업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통합지원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4월 50플러스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관련 정책과 콘텐츠를 개발·보급하고 인프라 확충, 자원발굴,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컨트롤타워다, 하위에 권역별 거점단위인 50+ 캠퍼스, 각 자치구별 실행기관인 50+센터를 두고 있다.
50+일자리 사업은 자원봉사, 사회공헌일자리, 창업, 취업 등 일자리 플랫폼 경로를 마련하고 이를 위해 생애전환 맞춤교육, 전문상담, 커뮤니티 지원, 공유사무실 제공 등을 지원한다.
●부산시 신중년 활력-UP
부산시는 신중년(5060) 세대 급증과 신중년 인적자원화의 필요성 증가 등에 대응하고, 중앙정부의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추진과 발맞추기에 나섰다.
2019년 6월 퇴직 등 생애전환기를 맞은 신중년 세대의 사회·경제적 경험을 지원하고, 소통·교육, 일자리, 건강·여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신중년(5060) 활력-UP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신중년일자리 확대를 위해 재정지원 일자리의 확대, 민간 일자리 창출지원, 신중년 고용우수기업 포상,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창출금 지원연계를 과제로 설정해 놨다.
50대 퇴직자 중심의 부산형 베이비부머 일자리 사업은 퇴직자 경력을 활용한 사회적·시장형 일자리 등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만 50~65세 미만의 퇴직 전문인력이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적 역할 제공 플랫폼 재설계
허선영(사회복지학 박사) 충북연구원 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대부분 국내 신노년세대 관련 일자리사업의 경우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사후 점검은 부족한 측면이 있어 일자 연계 이후의 후속관리에 대한 논의와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의 고용을 원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수요처와 직무·업무 등을 선제적으로 확인한 후 참여자를 모집하고 이를 토대로 실무교육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일자리 연계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일자리는 단순한 소득 보전 장치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노인집단 내 다양성과 편차를 고려한 세분화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며 “기술 혁신, 기후변화 대응 등 기존의 노동시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정책환경에 대응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노인일자리와 사화활동 모델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후기
일하는 노인 충북 미래 밝히는 원천 되길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가져온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가 본격 은퇴하기 시작했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전국적으로 937만명, 충북만 해도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10여 년간 순차적으로 법정 정년 60세에 도달해 대규모 은퇴 러시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했던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은퇴자들이 다시 일할 기회나 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노인일자리사업 규모가 계속 증가하면서 참여자의 상시근로자 판단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체성 혼란에 대해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충북지역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후 소득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 가장 큰 고충으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소득이 단절된 상황에서 매일매일 발생하는 일상적 지출은 노년의 삶에 가장 큰 불안으로 작용하게 된다.
충북형 ‘도시근로자·도시농부·일하는 밥퍼’ 정책은 지역 일자리·돌봄·도시농업을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실제 운영과정에서 긍정적 효과와 한계가 드러났다.
일하는 밥퍼 사업은 지난해 7월 사업 시작 후 불과 1년 5개월 만인 지난 11월 17일 누적 참여 인원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 인기다.
하지만 충북형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은 단기적 일자리로 지속적 생계 안정이 부족하고 기술 축적이나 경력관리가 어려워 실질적 ’일자리 정책‘이라기보단 ’일시적 소득 보전‘에 머무는 경우가 다수라는 반응이다.
지자체의 중장년 일자리 창출 노력에 비해 노동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9월 25일 청주 올림픽기념관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렸으나 참가 기업 중 60세 이상의 시니어 구직자를 뽑는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나이 제한이 없다’는 현수막을 보고 찾았는데 막상 오니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신중년의 경험은 사회적 자산이지만, 신중년경력형일자리사업 제도는 여전히 일시적 성격에 머물러 있다. ‘지속 가능한 인력 유입’보다는 ‘임시 고용 보조’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독일 정부의 ‘정년 67세 연장 정책’과 BMW, 지멘스, 보쉬 등 독일 유수기업, 일본 일자리센터 등의 선진적인 고령 인력 관리 시스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서비스, 지역 재생, 디지털 전환 사업 등으로 직무 다변화가 필요하고, 단순 근로에서 ’재취업 발판‘ 역할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충북지역 노인들의 경제적 특성과 정책수요에 따른 보다 전략적인 경제적 지원 방안과 근로소득 창출 지원방안을 조기에 마련해 확대해야 한다.
근로 참여 의사도 높아 경제활동 참여와 소득 보전에 대한 정책적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도내 고령층은 이미 충북 노동시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복지 수혜자가 아닌 지역 경제의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적극 투자해야 한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무료한 일상을 새로운 활동으로 채움으로서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소하고,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회활동을 하러 집 밖으로 나간다는 자체만으로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일하는 노인의 미소가 단순한 생계유지의 결과가 아니라 충북과 미래 대한민국을 밝히는 원천이 되길 기대한다.<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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