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곤
[동양일보]짧아진 가을 해
뉘엿뉘엿 서산에 숨어들고
땅거미 어둠 품으며 내려앉으니
온종일 분주하던 저잣거리는
좌판을 거두고 철시를 서두른다
기억자 허리 억지로 반쯤 펴며
통증을 뿜어내는 할머니 신호에
즐비하게 주차된 자동차 사이로
웅크린 채 기다리던 리어카는
지나치며 건네는 뾰족한 시선에 멍들어
싱싱함을 부끄러움과 좌절로 맞바꾼 물건들을 싣는다
소박한 방석 하나에
황제의 가마가 부럽지 않은 듯
그제야 두 다리를 펴보면서 안도하는
할머니를 리어카 뒷자리에 태우고
오가는 인파 속에 묻혀가는 할아버지
그 뒷모습 따라가는 그림자에
고된 일상 한 줌 고스란히 흘리며
어둠 밀어내는 가로등 아래로
따스함과 쓸쓸함이 숙연히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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