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인생의 많은 일이 우연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한평생 제가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작년 여름부터 갑자기 동화에 빠져들더니, 이렇게 영예로운 신인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된 걸 보면 말이지요.
어느 책에서인가 그런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동화란, 양질의 신선한 재료를 구해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요. 심오하고도 찬란한 이 일에 운명처럼 한 걸음 더 다가선 이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
제 어린 시절 동화라는 요리를 마음껏 음미하게 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의 서툰 재료 손질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한귀숙 선생님, 신경아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하고요.
줄곧 제 옆에서 요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따뜻한 난로를 틀어 준 주변 분들에게도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감을 생생하게 불어넣어 주는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도 한 명씩 스쳐 지나가네요. 무엇보다 이 길에 확신을 갖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동양일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연으로 시작한 것 치고는 제법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수치에 관한 욕심보다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욕심입니다. 조금 더 좋은 세계를 어린이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지요. 둥글둥글하면서도 사심 없는 제 목표가, 어쩌면 동화의 모습과 조금 닮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곳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93년 서울시 마포 출생
-서울교육대 국어교육과 학사 졸업
-서울교육대 영재교육과 석사 졸업
-서울서강초 교사
-저서 <그 아이의 비밀 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