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증상 신고 잇따르자 농가들 “한해 농업은 망한 셈”
이동제한 해제 미확정… 출하시기 놓치면 제값 못 받아
방역에 수의사 전면 투입, 소 단순 질병 치료도 어려워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청주발 구제역 발생 5일째인 충북 도내 한우농가는 초상집 분위기다.

구제역이 청주 외 지역인 증평까지 전파되면서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동조치 명령이 해제되지 않으면 출하 시기를 놓치고 차량통행이 제한되면서 분뇨처리까지 어렵게 됐다.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한우에는 지방이 쌓여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하는데, 언제 풀릴지 모르는 출하 시점까지 먹여야 할 사룟값 걱정에 농민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15일 증평에서 한우 100여마리를 키우는 임진용(65)씨는 “유제류 이동제한이 풀리더라도 많은 물량이 가축시장에 쏟아지면 솟값 하락은 불보듯 뻔한데다, 그동안 투자한 자금 회수는커녕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임 씨는 “소 1마리당 한 달 사룟값이 40~50만원이 드는데, 다 자란 소를 내다 팔 수 없으니 하루하루 손해가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언제 풀릴지 모르는 이번 구제역 파동이 하루빨리 정리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한우농가는 어린 송아지를 구입해 생후 30∼33개월간 비육시키고 출하한다.

또 쌓여가는 분뇨를 오랜기간 치우지 못해 농가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그는 “보통 10~20일 간격으로 반출 작업을 하고 새로운 톱밥을 깔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제때 반출 못 하면 암모니아 등 오염원이 발생해 소들뿐만 아니라 주변 인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당국이 지역 수의사를 모두 현장에 투입하면서 피부병이나 골절 등의 단순한 치료는 ‘무기한 연기’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소의 경우는 발정이 와도 수정하지 못하고 임신한 소는 구제역 백신을 접종할 경우 유산의 위험도 있다.

가축 방역법에 따른 동원이지만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성 들여 키운 소가 단순한 질병으로 하루에 1~2kg씩 체중이 줄어들고, 괴사한 피부는 상처가 남아 출하할 때 가격하락 요인이 된다.

청주의 한 농장주 김윤철(49)씨는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서 소들이 놀라 가벼운 상처가 발생했는데, 적기에 치료받지 못해 피부가 괴사하고 있다”며 “아픈 소들을 보고 있으면 대신 아파 주고 싶은 심정이다”고 전했다.

구제역 여파로 한우 소비심리까지 위축될 것이 예상되면서 축산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4년 전인 2019년 구제역 파동에도 소비자들은 한우를 기피, 수입 소고기로 발길을 돌려 가격하락의 원인이 됐다.

바이러스의 성격을 가졌고, 전파된다는 것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뒤따른 것이다.

하지만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파동 때마다 정부나 방역 당국은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모두 살처분해 축산물로 시중 유통되지 않는 만큼 안심하고 소비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제역 의심증상이 연일 신고되면서 이번 파동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14일까지 청주와 증평 7곳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병했다.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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