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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15일’ 국민 일상 대변화
‘김영란법 시행 15일’ 국민 일상 대변화
  • 이도근 기자
  • 승인 2016.10.1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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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골프장 등 ‘울상’…“비바람 피하자” 공직자 ‘몸사리기’ 여전
-유권해석 문의 2174건 달해…전화 쇄도에 권익위 직원들 주말 출근
-‘직무관련성’ 등 놓고 해석 ‘엇박자’…실제 법집행할 검경·법원 ‘혼란’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2일로 보름을 맞았다. 낡은 접대 문화를 몰아내고 투명 사회로의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시행 초기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해석 등으로 사회적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도 교육현장과 자치단체 등에선 아예 꽁꽁 얼어버린 얼음장처럼 일동 긴장상태다.

 

●사회 곳곳 풍경 바뀌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사회 곳곳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1차적인 변화는 공무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법 시행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 공직자들이 아쉬워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있었으나 오히려 공직자들은 홀가분하다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일선 근로감독관의 근무에 상당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의 분위기도 크게 변했다. 이번 전국체전에선 개최지에서 각 시·도 선수단 본부에 제공하던 택시가 없어졌다. 원칙적으로 김영란법 저촉 대상이 아닌 격려금도 사라졌다. 각 경기단체별 공식만찬도 열리지 않고 있다.

반면 앞서 지난 주말 예식장의 화환은 줄었고 지역 골프장도 가을 성수기 임에도 연이은 예약취소로 울상을 지었다.

따뜻한 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농촌지역 면사무소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직원들과 나눠먹던 모습이 사라졌고 일선 학교와 어린이집 역시 품앗이 형식으로 음식을 나눠먹던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대학병원 등에서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가 주는 음료수 등을 거절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여전히 청탁금지법을 의식, ‘몸사리기’에 나선 공직자들의 모습도 감지된다. 공무원을 만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비바람은 피하자’는 식으로 일상적인 만남과 교류의 횟수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다 만나더라도 더치페이가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신고·유권해석 문의도 ‘빗발’

청탁금지법 관련 신고 접수와 각종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행 이후 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인터넷 접수가 12건, 방문접수 2건이며 금품수수 8건, 부정청탁 5건, 외부강의 12건 등이다.

경찰에는 112신고로 220건, 서면으로 6건의 신고가 각각 들어왔다. 전화신고 220건은 상담 후 종결 또는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번으로 안내됐다. 감사원은 별도 신고건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근 국감을 통해 3건이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위법이나 적용 여부를 물어보는 유권해석 의뢰는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다. 법 시행 후 지난 10일까지 권익위에 들어온 유권해석 문의는 메일·팩스 148건, 홈페이지 1482건, 국민신문고 544건 등 총 2174건이다. 하루 평균 167건에 달하는 셈이다.

권익위에서 청탁금지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14명에 불과해 업무처리에 역부족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권익위 홈페이지에 최근 며칠 사이 올라온 청탁금지법 문의사항 중 공식 답변이 달린 질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매일 새로운 유권해석 등장

권익위가 법 시행에 앞서 직종별 매뉴얼과 사례집을 배포하고 대상기관을 상대로 릴레이 강의까지 펼쳤지만 매일 새로운 상황에 대한 유권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권익위는 ‘재학 중 조기취업 대학생들의 출석인정 요구’와 관련해 ‘부정청탁 대상 직무’라고 판단했다. 이에 교육부가 각 대학이 특례규정을 만들면 된다고 안내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불안한 대학생들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홍보와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기사를 싣거나 불리한 기사를 내려달라고 청탁하거나 대가로 광고료를 지급하는 것이 부정청탁에 해당하는가’라는 문의에는 “기사청탁 자체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으나 그 대가로 광고료 등 금품을 제공하면 금품수수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직자의 자녀 결혼식에 직무 관련성만 없다면 축의금을 10만원 넘게 내도 문제가 없느냐는 물음에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적 친분관계의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축의금은 100만원 이내에서 가능하다”고 넓게 해석했다.

 

●‘애매모호’ 검경·법원도 ‘혼란’

이처럼 애매모호한 법령 탓에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법을 집행해야 할 검·경과 법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직무관련성’ 부분이 가장 큰 혼란을 일으키는 부분으로 지목된다. 권익위는 ‘직무는 공직자 등이 그 지위에 수반해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라고 설명하나 대법원은 지난달 ‘청탁금지법 Q&A’를 통해 “구체적 담당직무를 고려해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며 다른 견해를 보였다.

실생활의 다양한 관계에서 직무관련성을 따지기 애매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권익위는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단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해석하지만 대법원은 ‘친분관계 표시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승의 날 제자가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위, 교수에게 캔커피를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등 권익위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는 것도 논란거리다. 실제 지난 6일 청탁금지법 관련 차관회의에서 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은 “사회상규상 해온 일인데 처벌가치가 있겠냐”고 발언, 해석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혼란으로 실제 처벌사례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원도 난감하다. 권익위 유권해석과 별개로 법 적용범위 등에 대한 경계선을 긋는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관련 접수 신고 중 아직 종결 처리된 사건은 없으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신고 후 60일 이내에 처리토록 돼 있어 다음달부터 처리결과가 속속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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