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속보=통합의료정보시스템(OCS) 고도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임에도 오히려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해 물의를 빚고 있는 충북대병원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시스템을 시행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당초 충북대병원은 의료정보시스템(HIS)을 맞춤형인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으로 도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5월 26일자 3면·29일자 4면·6월 1일자 1면·4일자 3면·8일자 1면·15일자 1면·22일자 1면·7월 2일자 1면.

지난 3일 의료정보시스템을 첫 가동한 충북대병원은 말 그대로 ‘혼돈’과 ‘패닉’ 그 자체였다. 각 진료과와 수납창구에서 우왕좌왕하면서 평소 외래환자의 10~20% 정도를 처리하는데도 환자들을 무려 3시간 이상 대기하게 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병원 수술장에서의 전산입력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외래환자가 본격적으로 몰리는 6일부터 큰 혼란이 예상되고 있지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병원 자체적으로 시스템에 손 댈 권한이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에선 오는 10일까지 대부분의 외래진료를 막아 놓은 상태이며, 13일부터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예정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진료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병원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2000명 정도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충북대병원은 이지케어텍과 의료정보시스템을 계약할 당시 추가비용문제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하지 않고 그저 분당서울대병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 얹은 것 뿐”이라며 “병원의 규모나 성격에 맞게 시스템을 조정하지도 않았고, 교육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시스템을 가동했다가 진료, 수납, 처방 업무가 지연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이지케어텍에선 계약내용대로만 이행할 뿐 병원의 혼란에 대해선 전혀 책임지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자칫 환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인 커스터마이징 조차 적용되지 않았는데도 150억원이나 들인 충북대병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해당업체와의 계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병원장이 책임지고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을 찾은 한 외래환자는 “전산처리가 지연되면서 오전 내내 많은 환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전 9시 진료였는데 낮 12시가 넘어서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며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새로운 전산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준비과정도 없이 무턱대고 진행해 혼란을 자초했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처방전의 일부 약 이름은 돋보기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인쇄된 데다 진료과 마다 처방전 사용기간도 7일과 14일로 각기 다르고, 비급여 표시도 누락돼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환자들을 상대로 테스트하지 말고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철저한 점검과 사용법 등을 숙지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전산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점 등을 파악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각 부서별로 낯선 전산환경에 적응하는데 한동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11월 1일 이지케어텍과 150억원에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BEST Care2.0 구축사업 계약을 체결했지만 업무개발(요구분석·설계), 구자료(2014~2017년) 변환이 불가능한데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도 추가설치 해야 했다. 또 고비용과 보안·속도 저조, 관리적 어려움 등으로 도입초기부터 많은 문제가 불거져 왔다.

병원 내부에서도 EMR 시스템 지원에 따른 비용 절감과 개발기간 단축, 충북대병원 OCS구축 경험, 기존 EMR 데이터 변환 불필요,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으로 보안과 속도가 우월한 후지쯔OCS(93억원) 도입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