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교육부지적 불구 퇴임 직전까지 측근챙기기
의료계, 후임 병원장 발목 잡아… 막후실세 ‘우려’
“끝까지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 앞으로 어쩌나”

퇴임을 앞둔 한헌석 충북대병원장이 최근 무더기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특정직원의 승진을 추진하고 있어 구성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특정직원의 승진을 심사하기 위한 특별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충북대병원 서관 전경.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퇴임을 불과 열흘 앞둔 한헌석 충북대병원장이 29일 오후 특별인사위원회를 열고 특정 직원을 승진시킬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승진대상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명이 아닌 복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승진 여부를 결정짓는 충북대병원 특별인사위원회는 기획조정실장, 진료처장, 사무국장, 간호부장, 교육인재개발실장, 의료혁신실장, 약제부장 등 주요 보직자들과 병원장이 임명하는 3인으로 구성돼 있어 누가 올라오든 승진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북대병원은 최근 한 원장이 병원 주요보직에 자신의 측근 등을 무더기로 배치해 구성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사는 측근들을 위한 보은(報恩)인사로 나중에 교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알박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보복성 인사의 경우 임기가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면직시켜 버리거나 열악하고 힘든 환경의 '뺑뺑이부서'로 발령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퇴임을 앞둔 병원장의 경우 보직자의 임기가 만료됐다 하더라도 후임 병원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인사를 미루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후임 병원장이 당분간 인사권을 아예 행사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앞으로의 병원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1월 15대 병원장을 뽑는 임시이사회를 전후해 현재까지 파악된 보직임명, 변경 등 인사발령자 수만 모두 44명에 이르고 있으며 곧 추가 인사와 (급수)승진자 등의 발표도 이뤄질 예정이다. 충북대병원은 급수별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단 승진이 이뤄지고 나면 그 직급에서 다시 내리거나 바꿀 수도 없고, 퇴직할 때까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충북대병원은 임시이사회를 앞둔 지난 1월1일자로 병원 핵심보직인 진료처장(이사회 승인사항·대행),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진료지원부장, 기조실부실장, 공공보건의료협력팀장, 진료협력팀장, 수간호사 등 9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또 △2월 22일 3명(핵의학과·영상의학과 팀장 등) △3월 1일 6명(임상의학연구소장, 임상시험센터장, 내과장 겸 소화기내과 분과장, 심장내과 분과장, 흉부외과장, 신경외과장) △3월 3일 5명(충북지역암센터소장, 마취통증의학과장·수술실장·대외협력실장, 영상의학과장, 신생아 분과장 겸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 분과장, 치과장) △3월 18일 21명(간호부)의 인사를 단행했다.

충북의료계 관계자는 “퇴임을 앞둔 병원장이 마치 신임 병원장처럼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아마 대한민국 의료계를 통틀어 처음일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이 무슨 개인병원도 아니고 임기 내내 구성원들을 편 가르면서 병원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음에도 반성은커녕 끝까지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번 인사는 차기 병원장이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모두 끊어 놓은 셈”이라며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병원 감사실이나 이사회, 교육부 등이 눈치만 보며 한 원장의 폭주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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